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두 번째 코너.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아나운서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떨어졌고, 어떻게 탈락의 아픔을 극복했을까요. 사람전문 매체 <인더뉴스>에서 들려드립니다. 새롭게 투입된 이은정 인턴기자가 함께 합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이은정 인턴기자]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아나운서들의 아찔한 탈락 순간>이라는 주제로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한 번에 합격한 아나운서는 없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 그런 사람을 만났다. 김설혜(27) 아나운서.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재학 중 채널A 아나운서 공채1기 시험에 덜컥 합격했다.
공채시험 한 번에 최종합격을 한 셈. 아나운서 합격 전에는 인턴기자에도 탈락했었다는 그녀는 “인생에는 언제나 플랜A와 플랜B가 있는데, 어떤 가능성이 열릴지 몰라 꾸준히 준비해 왔다”고 했다. 채널A 1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김설혜 아나운서는 메인뉴스인 <채널A 종합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 한 번에 ‘떡 하니’ 합격을 했으니, 천상 아나운서 재능을 타고난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꿈을 키웠나.
“10살 때부터 가족과 함께 매년 길거리 자선콘서트를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우연히 활동이 기사로 나간 뒤 많은 성금을 모을 수 있었다. 방송의 힘을 깨닫고, 내 목소리로 많은 시청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꿈을 키웠다.”
- 학창시절 이야기를 조금 더 해달라.
“원래는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었다. 성격을 바꿔보려고 초중고 내내 반장과 학생회장 등을 자원했다. 악바리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웃음) 그렇게 나서다보니 리더십도 생겼고, 지금은 공개홀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된 것 같다.”
- 자신만의 카메라테스트 비법이 있나.
“당당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준비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카메라 테스트 중에 미소를 유지하다가 입가에 경련이 일어난다거나 목소리가 떨리면 합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커피숍에서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 부탁해 자기소개를 해보기도 했다. 최대한 색다른 환경에서 날 노출시키고 환경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던 것이 나름대로의 비법이랄 수 있다.”
- 채널A가 1차 전형에서 심사하는 ‘A클립’ 영상 준비도 수험생들에게는 골칫거리다.
“A클립은 100초 분량의 자기소개 동영상이다. 초반에 악기를 잠깐 연기하고 콘서트 관련경험을 얘기하며 영상을 찍었다. 너무 정제된 모습보다 진솔한 나만의 모습을 담으려고 한 것이 어필한 것 같다. 입사하고 들어보니, 전문적인 스튜디오나 크로마키 앞에서 정장을 갖춰 입은 모습을 담은 영상에 대해서는 감점이 있었다더라.”
- 면접 때는 ‘촌스럽다’는 질문을 받았다는데 믿기지가 않는다.
“당시의 질문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한 면접관께서 입고 온 옷은 직접 고른 것이냐며 너무 촌스럽다고 지적하셨다. 물론 당황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촌스럽지만 앞으로 선배님들의 도움도 받아 가며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겠다’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면접에서 압박면접에 임했던 나의 태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본다. 짜여진 대답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돌발상황에서 의연하게 임하는 것은 아나운서로서의 필수 요건이기 대문이다.”
- 입사 과정에 도움이 됐던 평소의 생활습관이 있었는지.
“말과 글 두 가지를 잘하는 아나운서가 되려고 했다. 우선 학창시절에 했던 학생회장, 동아리 회장, 홍보모델 등의 활동들이 아나운서로서 역량을 갖추는 데 발판이 됐다. 말하는 직업인 만큼 사람들 앞에서 최대한 말을 많이 해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또한 대학시절 5개의 기자단 활동을 했다. 같은 소식을 전달하더라도, 사람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줄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데에는 글쓰기가 제격이다. 개인적으로도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자신의 스타일로 말하는 창의적 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나운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기자단 활동을 하며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은 창의력 증진에도 도움이 됐다.”
- ‘가장 아깝게 떨어졌던 언론사는’이라는 질문을 가져왔는데, 탈락 경험이 없다. 한 스포츠지는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를 수석 졸업한 재원으로, 재학시절 학교 광고홍보모델을 지낼 만큼 외모와 교양을 이미 인증받았다”고 써놨던데.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처음으로 채널A를 지원했던 것이고 운 좋게 바로 합격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전에 동아일보에 인턴기자로 지원해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다.”
- 왜 떨어졌을까.
“그 때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칠만한 중요한 서류가 경찰서에 있다. 그냥 가져오면 도둑질이 되는 것이지만 가져오지 않는다면 기자로서 놓치기 아까운 이슈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질문을 받았는데 아마 그 질문에 대해 만족할만한 대답을 하지 못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좌절하기보다 이 경험을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A안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나에게 더 잘 맞는 B안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해 나갔던 것이 지금의 자리를 올 수 있었던 발판이라고 본다.”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국의 뉴스 앵커를 보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앵커에 따라서 프로그램 색깔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나만의 색깔을 갖춘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김설혜의 다른 뉴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당신의 뉴스는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후배 여러분, 자신감을 갖자. ‘될 수 있다’의 마음가짐을 갖고 준비하면 좋겠다. 나의 롤모델인 이금희 선배의 조언이기도 한데, 이러한 자신감 있는 태도만으로도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가 있다면 단점은 뒤로 미뤄두고 당당해지길 바란다. 우리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도 벅차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