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주류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맥주 과세체계 개편이 수포로 돌아갔다.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불공정한 면이 있다는 업계의 입장에 정부가 움직임을 보였지만, 맥주 과세체계 개편 이후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여론의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
맥주업계는 실망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종량세 개편을 적극 지지해온 수제맥주협회는 이번 정부 결정에 크게 실망했다. 무엇보다 맥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꺾이면서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규모 양조장들은 종량세 개편 무산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현재 종가세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재료비, 설비 감가상각비 등이 맥주 원가에 포함된다. 여기에 판매관리비, 영업, 마케팅 비용까지 더해 세금을 부과하면 판매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제 맥주 가격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맥주 개발을 위해 인력이나 장비를 추가하면 그대로 주세에 반영돼 가격 부담이 있다”며 “맛있고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산 맥주업체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맥주 과세체계 개편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가 세수 확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하루 아침에 주세법을 개편하기엔 여러모로 준비가 덜 됐다는 분석이다.
세금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현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과 수입맥주에 세금을 붙이는 원가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이 부분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부분의 OECD국가가 채택한 종량세 방식이 거론됐다.
정부가 맥주 과세체계 개편안에 대한 공청회를 여는 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논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현재는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국산 맥주와 수입, 수제 맥주 등의 가격 변화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단계에 머물렀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주세법 개편으로 거둘 수 있는 세금 규모를 파악하거나, 부족한 세수 확보에 대한 방안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또 맥주 세금 개편 이후 소주와 막걸리 가격에 영향이 있을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도 미흡한 상태다.
하지만 종량세 개편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국내 주류업체는 당장 맥주 사업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신제품 개발과 수입 맥주 유통 확대 등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 오비맥주가 장고 끝에 국내 발포주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사업 다각화 차원이다.
문제는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소규모 양조장들이다. 더부스나 세븐브로이 등 대규모 양조장의 경우 수제맥주 전문점이나 소매점 등 다양한 경로로 판매되고 있지만, 소규모 양조장은 세금 부담으로 제품의 질이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맥주 과세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느낀 만큼 보다 면밀한 검토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세제 개편이 이뤄져도 수입맥주 4캔 1만원 정책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가격 선택권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세제 개편 이후 시장에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정부와 업계가 치열하게 고민할 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