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진희 기자ㅣ 병원의 영상판독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된다.
서울대학교병원(이하 서울대병원)이 이달부터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환자 영상 판독에 활용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도입되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판독 보조시스템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 for Chest Radiography Nodule Detection)’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루닛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창민 교수팀이 공동으로 개발에 참여했다.
서울대병원은 ‘루닛 인사이트’를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에 탑재해, 실제 영상판독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인 ‘루닛 인사이트’가 흉부엑스선 검사 영상을 보고, 폐암 혹은 폐 전이암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의사에게 알려준다.
단순히 의심 위치만 표시해주는게 아니라 악성일 확률도 함께 수치화 해 보여준다. 서울대병원측은 의사들이 이를 참고해 자칫 놓칠 수 있는 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영상 데이터와 독자적인 딥러닝 기술이 합쳐졌다“며 “이로써 크기가 작거나 갈비뼈와 심장 같은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자칫 놓치기 쉬운 폐암 결절도 정확하게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공지능 판독시스템의 임상적용을 주도한 구진모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이, 흉부 영상판독 보조기능으로 환자 진료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다”며 “의료 혁신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의료영상분야 학술지인 ‘방사선학(Radiology)’에 게재된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이번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활용이 판독 정확도를 높였다.
18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경우, 모든 의사의 흉부 엑스선 폐암 결절 판독 정확도가 향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8월 ‘루닛 인사이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공지능 기반 영상분석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기도 했다.
‘루닛 인사이트’는 최근 의료계 이슈였던 ‘IBM 왓슨 포 온콜로지‘와도 구분되는 개념이다. 왓슨은 이미 진단이 다 끝난 경우에 대해 적합한 치료법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반면 루닛 인사이트는 처음 단계부터 인공지능이 직접 영상을 판독해, 의사결정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박창민 교수는 “흉부 엑스선 영상은 폐암을 포함한 다양한 흉부 질환을 진단하고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검사지만, 기존에는 판독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촬영된 영상을 의사 스스로의 힘으로 판단하고 진단해야 했기 때문.
박 교수는 이번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면, 폐암 진단 정확도를 높여 진료의 질과 효율성 모두를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폐암이외에도 다양한 질환에 대한 인공지능 기반 영상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흉부 엑스선 영상에서 활동성 폐결핵을 검출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그 성능을 감염학 분야 학술지인 ‘임상감염병학(Clinical infectious disease)’에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