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납세자 권리를 대변하는 NGO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이 회원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콜센터 대행사를 끼고 보험 영업에 활용되는 ‘고객DB’를 생산해 보험대리점(GA) 등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들은 비영리·비정부단체를 표방하는 납세자연맹이 회원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버는 행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보험 가입 권유 전화를 받은 연맹 회원들도 홈페이지 내 게시판을 통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연맹 측은 사실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 비영리 조직이다 보니, 수익 사업을 찾던 중 보험 분야가 그나마 회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회원 동의를 거치는 등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1일 GA 업계에 따르면, ‘납세자DB’라는 이름의 고객DB가 GA 소속 설계사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판매 가격은 개당 3만~4만원 사이로 형성돼 있다.
보험업계에서 DB(데이터베이스)란 설계사가 보험 영업을 위해 직접 연락할 수 있는 가망고객의 정보(이름·휴대폰번호 등)를 의미한다. 설계사는 이러한 DB를 일정 금액을 내고 구매해 사용한다.
최근 유통되고 있는 ‘납세자DB’는 납세자연맹 회원 중 보험이나 재무 관련 상담을 받을 의향이 있는 회원의 정보다. 납세자연맹 측과 계약한 콜센터 직원이 납세자연맹 회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보험·재무 상담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의향이 있다’고 답한 회원의 정보가 유효한 DB로 등록된다.
납세자연맹은 이러한 유효 DB 한 건당 일정 금액을 콜센터로부터 지급 받는다. 콜센터는 이 유효 DB를 ‘납세자DB’라는 이름으로 여러 GA에 판매해 돈을 번다.
GA는 이렇게 구매한 DB를 소속 설계사들에게 최종적으로 개당 3만~4만원 정도의 가격에 재판매한다. DB의 유통 과정에서 붙는 마진을 고려하면, 납세자연맹 측이 가져가는 금액은 유효 DB 1개당 대략 2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연맹은 이러한 과정 중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연맹 회원가입 단계에서 정보 활용 동의를 받았고, 보험 상담과 관련해서도 상담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묻고 여기에 동의하는 회원에게만 연락이 가도록 조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맹 측으로부터 보험 상담 관련 전화를 받은 회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보 활용에 동의는 했어도 결코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른 기관에 넘기는 것에는 동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회원의 개인정보로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비영리단체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소비자 단체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비영리단체로 운영비가 부족하다고 해도 회원 정보를 보험DB로 팔아 수익을 내는 행위는 조직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연맹 운영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회원들에게 보험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사업”이라며 “연맹도 회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으며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창립 19년째인 납세자연맹은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수익 사업을 벌이다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미디어오늘은 납세자연맹이 회원들에게 특정 보험사 광고 메일을 보내고 홍보비를 받은 사실을 전했다. 이후 보험사와의 제휴는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