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주동일 기자 | “추석이라 ‘정종’을 찾는 분들이 많죠.”
추석명절이 시작되면서 차례상에 올릴 술을 찾는 고객이 많다. 지난 11일 인천에 있는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일하던 직원은 추석연휴를 하루 앞두고 차례에 올릴 ‘정종’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흔히들 차례상에 올릴 술을 ‘정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종은 맞는 표현이 아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정종은 일본 사케 브랜드”라며 “우리나라 전통 차례주는 주세법상 약주라 불리는 청주”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차례주의 대명사로 불리는 ‘정종’은 전통 차례주와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주종을 가리키는 말도 아니다. 마트에서 “정종 주세요” 라며 우리 전통 차레주인 국순당의 ‘예담’ 이나 롯데주류의 ‘백화수복’ 을 사는 것이 차례 예법에도, 문맥에도 어긋나는 이유다.
‘정종’이라는 말은 1840년 일본의 한 양조장이 청주 상표로 등록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다른 양조장이 같은 상표를 도용하면서 일본 내에서 청주를 가리키는 말처럼 쓰이긴 했지만, ‘스카치테이프’나 ‘웹하드’, ‘퐁퐁’처럼 엄연히 제품명이 아닌 상표명이다.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한 일본인 양조업자가 부산에서 일본식 청주를 ‘정종’이라는 상표로 판매하면서부터다. 이때까지 우리나라는 전통 차례주로 ‘쌀로 빚은 맑은 술’을 올렸다. 현재 주세법상 ‘약주’로 분류되는 ‘청주’를 올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에선 집마다 술을 만들어 제사에 올리는 ‘가양주 문화’가 있었다”며 “일제 강점기에 주세법이 도입되고 집에서 술을 빚을 수 없게 되자, 당시 판매되는 ‘쌀로 빚은 맑은 술’인 일본 사케 브랜드 정종을 제사에 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에 세금을 거두기 위해 1907년 주세령과 1909년 주세법이 반포됐고, 각 집에선 제사용 술을 만들지 못하게 됐다. 일제 초창기 국세의 약 70%가 주세로 거둔 세금이라고 알려진다.
당시 판매하던 술 중 그나마 관행에 맞는 술은 일본식 ‘정종’이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사를 앞두고 “정종 사와라”, “정종 주세요” 등의 표현으로 ‘정종’을 청주의 대명사처럼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전통 차례주인 우리나라 청주는 어디로 갔을까.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 청주는 주세법상 ‘약주’로 분류된다. 주세법상 ‘청주’가 일본식 쌀누룩(입국)을 사용한 ‘일본식 청주’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정작 우리나라 청주가 다른 주종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주세법의 토대가 일제 법률 체계를 따랐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인 1949년 주세법을 개정했지만 일제 중심의 주종 분류 기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