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기준금리가 연 1.25%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한국도 조만간 일본, 유럽 등 다른 선진국처럼 제로금리 시대가 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2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국내 경제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기둔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완화 정도를 얼마나 크게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주요 대외리스크 요인의 전개상황과 그것이 국내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상황의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금리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저금리를 지나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 진입 초기인 1996년에 평균 예금금리가 연 0.5%로 떨어지며,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했다. 일본은행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따르면 버블 붕괴 이후 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진 1996년부터 23년간 일본 예금금리는 평균 0.2%였다.
호주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로 낮춰 1%대 벽이 무너졌고 미국 역시 금리인하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 초중반대로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다.
이처럼 대부분 국가의 금리하락은 경기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던 한은이 완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국 경제에 저성장·저물가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수정해 제시하며,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말 이마저도 달성하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보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연구원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질지 시장이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 소수의견이 2명 나왔지만, 추가 인하 여지를 닫지 않은 만큼 내년 상반기 중 한 번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내년 이후에도 금리 인하 흐름이 지속 될 경우 곧 0%대 기준금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만큼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기준금리 인하범위(0.25%포인트) 내에서 수신 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다. 신한·NH농협은행 등은 이달 말께 내부 검토를 거쳐 반영할 계획이다. 우리·하나은행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과거 금리 조정 움직임을 봤을 때 정기예금 금리는 최대 연 1.1%까지 내려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1% 초반 금리를 주는 곳은 이번에 0%대 금리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 내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정확한 수신금리가 나올 것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국내 경기침체 상황에 따라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며 “금리가 인하되기 전에 본인 목적에 맞는 적금상품에 미리 가입하는 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