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1년차 이서연] 결혼 1년 만에 아기가 생겼다. 모든 게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경황이 없었던 임신 초기,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회사 선배로부터 태아보험에 가입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어떻게 태아부터 보험이 있을 수 있지?’ 라는 신기함과 관련된 특약리스트를 받아보면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임신을 한 엄마들이라면 온전히 10개월을 뱃속에서 버티고 있을 아기에 대한 불안감이 마음 한켠에 있다. 어찌 보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나 할까. 태아보험을 가입할 때에 받게 되는 너무도 많은 선천적, 후천적 질병 리스트로 인해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아이와 마주할 그날을 기도하게 됐다.
태아보험은 임신 5개월 이전에 가입하는 게 좋다는 조언에 여러 보험사를 비교한 뒤 가입했다. 어린이보험이라 아이가 태어나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 딸이라는 증명이 되자 일정부분 바로 환급을 해줬다. 요즘은 딸 키워놓으면 노후에 해외여행 보내준다더니, 태어나자마자 효녀 노릇을 하다니!(많은 돈은 아니지만)
하루가 다르게 크는 첫 아이와 6개월의 시간을 무탈하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건강하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고열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대신 아파 주고 싶다’말, 부모가 되면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듯하다.
일주일 만에 밝혀진 병명은 생전 처음 들어본 ‘가와사키 병’. 추후에 심장 쪽으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는 말에 병원과의 인연은 되도록 멀리하고 싶었던 바람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속상했다.
게다가 열흘이라는 짧지 않은 입원기간과 한창 독감이 유행하고 있어 너무 어린 아기를 다인실에 둘 수 없는 탓에 상급병실에 머무르면서 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행했던 여러 초음파 검사비용 등 늘어가는 병원비는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게도 살짝 부담이 되고 있었다.
그러다 태아보험으로 들어두었던 어린이보험이 떠올랐다. 그동안 큰 의미 없이 습관처럼 매월 이체했는데, 계약서를 들여다보니 실손입원, 외래비에 가와사키병으로 인한 심장 질환을 확진받으면 진단금을 받을 수 있는 특약이 있었다.
사실 돈 문제는 부차적이었다. 내게는 처음 듣는 병명이었지만, 희귀병인 것처럼 생각했던 나에게 ‘흔한 질병일 수 있겠다’라는 심리적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됐다. 감사하게도 병원에서는 후유증이 없어 추적검사도 불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아 진단금 대상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동안 병원에 다니며 고생한 아이와 나에게 마치 선물처럼 나머지 보험금을 받았다.
때때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의외의 곳에서 위로가 되어주는 게 보험인 것 같다. 물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 이전에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 돼주고 있다.
초보 엄마인 내게,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