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현대·기아자동차가 도로환경을 반영해 변속하는 최첨단 변속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고속도로에 진입할 땐 저단으로 내려 엔진회전수를 높이고, 내리막길이 이어지면 잠깐동안 중립으로 바꾸는 개념인데요. 불필요한 변속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주행감 개선은 물론 연비 향상도 기대됩니다.
현대·기아차는 전방 도로 형상과 교통 상황을 스스로 파악해 최적의 기어 단수로 미리 변속해주는 전방 예측형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나올 신차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스마트 드라이브 모드’와 같이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변속 모드를 자동으로 변경하는 기술은 보편화 돼 있는데요. 하지만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처럼 도로와 교통 상황에 맞춰 자동 변속해주는 기술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은 도로의 3차원 정밀 지도가 탑재된 3D 내비게이션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위한 카메라, 레이더 등 각종 ICT 기기들이 보내는 신호를 지능화된 소프트웨어로 종합해 변속기를 제어하는 원리입니다.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약 40건의 핵심 특허가 국내외에 출원됐다고 합니다.
차량의 변속제어장치는 3D 내비게이션의 도로 높낮이와 곡률, 도로 종류, 돌발상황 등의 정보를 받아들이는데요. 전방 레이더와 카메라로부터는 차량 간 거리와 상대 차량의 속도 등 시각 정보를 받게 됩니다.
신호를 받은 변속제어장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거쳐 실시간 주행 상황에 맞는 기어로 변경합니다. 예를 들어 비교적 긴 관성 주행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변속기를 일시적인 중립 상태로 전환해 연비를 높이게 됩니다.
현대·기아차가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을 적용한 차량을 굴곡이 심한 실제 도로에서 시험한 결과, 기존 차량에 비해 코너링에서의 변속 빈도가 약 43% 줄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브레이크 조작 빈도 역시 약 11% 줄어들어 운전 피로도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고속도로 합류 위치에서 주행 모드가 자동으로 스포츠 모드로 전환돼 급가속을 도왔는데요. 고속도로에 들어선 뒤에는 원래의 주행 모드로 돌아와 엔진회전수를 다시 낮췄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전방의 과속 방지턱, 내리막 경사로, 도로의 제한속도 변경 위치 등을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엔진 브레이크가 작동했습니다. 또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경우에도 변속기가 자동으로 조정돼 운전감이 개선됐습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를 출발해 서울 양재동 본사까지 시범 주행하는 동안 약 31%의 빈도로 전방 예측 변속 모드가 작동했다고 하는데요. 차량의 엔진회전수가 주행환경에 맞게 자동으로 바뀌기 때문에 운전감이 확연히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 기술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은 운전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도로 상황을 미리 파악해 차량을 최적의 상태로 준비해주기 때문에, 자율주행 시대에서도 연비 향상과 안정적인 운전감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이 기술을 LTE 또는 5G 통신을 기반으로 신호등과도 통신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인데요. 운전자의 성향을 파악해 이를 변속 제어에 반영하는 등 더욱 지능화된 변속기술로 꾸준히 개선한다는 방침입니다.
전병욱 현대·기아차 지능화구동제어리서치랩 연구위원은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로 진화하고 있다”며 “파워트레인과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분야도 ICT 및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해 스마트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첨단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