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은행권이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장 불안으로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금융지원을 계속 늘리고 있어 은행권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조성 등에 합의했습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하는 채안펀드를 20조원 규모로 가동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10조 7000억원 규모로 증안펀드도 조성해 주식시장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펀드 조성에 은행이 상당한 수준의 기여를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안펀드는 신한·KB금융·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가 각 1조원씩 부담하고 나머지는 각 업권의 선도 금융회사 18개사와 증권 유관기관이 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들로선 당장 재원 마련이 급해진 셈입니다.
채안펀드의 경우 10조원은 기존 펀드에서 충당하고, 새로 조성될 10조원도 기존 협약대로 은행이 47%(4조 7000억원)을 총자산에 비례해 부담할 계획입니다.
은행들의 비용 부담 문제와 함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BIS비율에서 주식은 위험가중치가 300%로 계산되므로 은행이 주식을 많이 보유하게 되면 BIS비율이 낮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지원 부담도 있습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과 실무 협의를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3조 5000억원 규모의 이차보전 대출을 초저금리(1.5%)로 소상공인 등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조치도 원활히 시행할 계획입니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계열대기업, 대기업 및 중견기업 포함)에 대한 유동성 지원효과가 유지되도록 여신 회수를 자제하고 필요 시 신규자금 지원 등에 참여합니다.
예정된 지원 외에도 은행들은 상당한 규모의 금융지원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금융위에서 진행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신규대출 7107억원(1만 669건), 만기연장 및 원금상환유예 1조 458억원(3008건), 금리우대 332억원(96건) 등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예정한 사업확장 계획을 최소화하고 내부 리스크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습니다. KB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에서 비상경영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비상경영위원회는 화상회의를 통해 매일 시장 이상 징후를 신속히 점검하고 대응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이 줄기차게 제시한 해외 영업점 확대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상당부분 보류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이른바 'C-레벨 회의'를 지주 차원에서 매일 열고 있습니다.
우리금융도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신설해 각 자회사 CEO와 임원 논의를 통해 위원회 산하에 전략총괄팀, 재무관리팀, 리스크관리팀, 마켓센싱팀 등을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대내외 위기 상황을 정확히 감지하고 대응할 방침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에 적극 동참하는 과정에서 BIS비율이 하락하는 등 은행도 적지 않은 부담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당국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