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지난해 8만대 가까이 팔아치우며 순항하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대형 암초와 부딪혔습니다. 환경부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수입차 3개사의 배출가스 불법조작을 적발하고 형사 고발했는데요. 이에 반발한 벤츠코리아 측은 불복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700억 원이 넘는 과징금 폭탄과 고객 신뢰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환경부는 배출가스를 불법조작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에 대해 인증취소, 결함시정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6일 발표했습니다. 문제가 된 차량은C200d(3302대), GLC 220d(6903대), S350(7011대) 등 메르세데스-벤츠의 유로6 디젤 차량인데요. 메르세데스-벤츠만 따로 놓고 보면 총 3만 7154대(12종)에 달합니다.
이 밖에도 캐시카이(2293대), 마칸S 디젤(934대) 등 닛산과 포르쉐의 유로5 모델도 배출가스 조작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는 무려 776억 원의 과징금이 매겨졌고, 한국닛산은 9억 원, 포르쉐는 10억 원을 내야 합니다.
국내의 배출가스 불법조작 적발사례는 벌써 7번째인데요. 아우디·폭스바겐·닛산·포르쉐·FCA 등이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아우디·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여파로 인증이 대거 취소되면서 2017년 3월부터 약 2년여간 개점 휴업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이들 경유 차량에는 인증시험 때와는 다르게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의 작동이 중단되는 등 불법조작 프로그램이 임의로 설정돼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경유차량 불법조작 의혹은 2018년 6월 독일 교통부에서 먼저 제기했는데요. 독일 자동차청은 지난 2018년 8월에 GLC 220d, GLE 350d 차종의 배출가스 불법조작을 적발하고 결함시정(리콜)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즉각 조사에 착수한 환경부는 실도로조건 시험 등을 거쳐 메르세데스-벤츠의 불법 조작을 확인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벤츠의 경유차 12종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장치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실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 0.08g/㎞의 최대 13배 이상 증가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입니다.
한국닛산과 포르쉐코리아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다른 방법으로 배출가스 불법조작이 적발됐는데요. 이미 배출가스 불법조작이 적발된 유로6 차량과 동일한 제어로직이 적용된 유로5 차량을 확대 조사한 결과 확인됐습니다. 앞서 닛산 캐시카이는 2016년 5월, 포르쉐 마칸S는 2018년 4월에 배출가스 불법조작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닛산 캐시카이는 엔진에 흡입되는 공기 온도가 35℃ 이상 되는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을 중단하는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었는데요. 이는 2016년 5월에 적발된 유로 6차량과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최대 10배 이상 배출됐습니다.
포르쉐 마칸S 디젤에는 엔진 시동 이후 20분이 경과한 시점부터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률을 감소시키는 프로그램이 적용됐는데요.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최대 1.5배 이상 배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한승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배출허용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환경부는 배출가스 불법조작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관리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행정을 확립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이번 환경부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측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시장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환경부의 발표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은 수백 가지 기능들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각 기능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다는 게 메르세데스-벤츠의 주장입니다. 또 문제가 된 차량들은 2018년 5월에 생산이 중단된 차량들이기 때문에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는 영향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2018년 11월에 이미 일부 차량에 대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뒤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차량 안전성과는 무관하며, 당사 의견을 정부 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