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강자영 기자] "올해 사장님 신년사에서 몇 번이고, 강조하셨던 부분이 '리쿠르팅'이에요. 영업도 어렵지만, 영업할 사람이 부족한 게 더 문제입니다."(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
올해 보험사들의 경영화두 중 하나는 '설계사 리쿠르팅'이다. 최근 몇 년간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2만4000명이나 감소했다. 이는 자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인원이 대폭 줄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독립법인대리점(GA,General Agency)이 성장하면서 설계사의 이동이 더 빨라지고 있어 보험사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4년 9월 기준 생명보험사 설계사 수는 13만4457명으로 1년 전인 2013년 9월(14만9750명)보다 1만5293명이 감소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도 2013년 17만1896명에 달하던 설계사 수가 2014년 16만3416명으로 1년 사이 8480명 줄었다.
전통적으로 전속설계사 채널이 강한 대형 보험사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삼성생명은 2013년 9월 3만5000명에 달했던 설계사 수가 작년 9월 3만명으로 줄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2만4000여명에서 2만3000여명으로, 2만1000여명 규모에서 2만명으로 약 1000명 정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의 설계사 수는 생보사보다 더 많이 줄었다. 삼성화재는 4만6000명에 달했던 설계사가 1년 만에 4만명으로 줄었다. 동부화재의 경우도 2만5000명에서 2만4000명으로 줄고, 현대해상은 2만4000명의 설계사를 보유했지만, 2만2000명으로 줄었다.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전속 설계사 수는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시돼 있는 설계사 수는 등록된 인원수 일뿐, 실제 영업에서 일하고 있는 설계사 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줄어든 설계사 모두가 일을 그만둔걸까? 이들 중 상당수는 GA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줄어든 반면 GA 설계사 수는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GA소속 설계사는 18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보험업계 전체 설계사(39만 6988명)의 4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GA소속 설계사의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15만2881명이었던 설계사가 2013년 16만3896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9월엔 18만명에 달했다. 한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할 수 있는 전속 설계사들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 가능한 GA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업을 힘들어 하던 설계사들이 대거 GA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은 회사에서 영업을 잘하는 설계사까지 이동하고 있다"면서 "양질을 설계사까지 이동하게 돼 영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올해 각 보험사에서는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 '리쿠르팅'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삼성생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생보사에서는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젊은 설계사 모집에 힘쓰고 있다.
농협생명도 올해 목표 중 하나로 전속 설계사 확충을 꼽고 있다. 현재 2400명인 설계사를 2700명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일부 지점에서는 본사와 별개로 보험설계사 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설계사가 또 다른 설계사를 소개시켜 주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빠져나간 설계사 수만큼 채워지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한번 빠져나가면 채우기 너무 힘들어졌다"면서 "리쿠르팅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보험사로선 망설여 지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