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언택트(untact)’라는 정체불명의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접촉하다’라는 뜻인 영어단어 ‘contact’에 부정을 의미하는 언(un)을 앞에 붙여 만든 이 말은 우리말로 ‘비대면’을 뜻합니다.
이런 때에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으려는 영민한 이들은 ‘온택트(ontact)’나 ‘인택트(interactive intact)’같은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공연부터 학습까지 플랫폼을 경유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일은 일상입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다수에게 위기이거나 재앙인 상황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너도 나도 비대면 서비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그럼에도 해법을 얻어내는 경우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청담동에서 ‘돌아뜰리에’를 운영하는 정지원 대표는 인형과 인형옷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수제인형작가’라고 소개하는 그는 원단부터 부자재까지 직접 골라 시작부터 끝까지 손으로 인형과 인형옷을 제작합니다. 책도 2권 쓸 정도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합니다.
'인형’을 만드는 일인 데다 모든 과정을 손수 처리한다니 언뜻 비대면 서비스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취미 플랫폼과 협력해 매출을 큰 폭으로 성장시키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오는 9월 2일 인더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인간생존전략포럼_iSSF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서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서는 정지원 돌아뜰리에 대표에게 비대면 시대와 성공적으로 조우하는 비결을 들었습니다.
-온라인 취미 플랫폼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신 건가요?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온라인 취미 강좌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코로나19를 예상하지도 못했고, 자체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몇 년 전부터 운영해 오고 있던 터라 수익 배분 조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피드백하지 않고 지나쳤거든요.
그런데 올 초부터 온라인 취미 플랫폼이 코로나19와 동시에 급성장하면서 제가 아는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했고 저도 바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매출이 느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는 구성이나 형식을 다르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같습니다. 커리큘럼이나 지식 전달의 깊이 면에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어떠한 방식으로 찾아 주시고 선택해 주신 것에 대해 같은 매너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정보에 예민하고 스마트해졌습니다. 절대 속일 수 없는 상황이지요. 얄팍한 잔꾀로 수익이나 기타 이유로 차이를 두었다가는 뒤따를 불편한 인식과 소문은 자명한 순서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오프라인 강좌에 비해 온라인 수강료가 현저히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수업 시스템은 제가 상상하고 예상하는 수강생 수보다 월등히 많은 분과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수강료 객단가가 저렴해져도 전체적인 수익 면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강의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있을까요?
“비대면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진심을 담는 일입니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테말라에 사는 현지인이 “당신 작품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열정도 있다”며 인형옷 제작을 배우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저는 비록 그분을 만나지 못하지만 인형옷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내년부터 온라인 취미 플랫폼이 해외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인데 그때가 되면 그분은 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겠죠. 비대면일수록 소통에 진정성을 담으려고 더욱 노력해요. 실제로 만나기 어려운 만큼 진정성이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작가님께서는 앞서 코로나19 이후 진정성이 더 부각될 거라고 하셨는데요. 인형옷을 만들어 오시면서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던 다른 사례가 있나요?
“제 수강생 중 50대에서 60대 주부분들이 인형옷 제작을 배우면서 새 인생이 시작됐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 나이대 시간적으로 여유롭게 된 주부들은 매진하던 일이 사라지면서 우울증이나 자존감 하락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인형 제작을 배우고 어느 정도 훈련이 된 후에 본인들이 직접 강의에 나서고 전시도 하고 작가로 불리게 되면서 축 처졌던 어깨가 다시 ‘으쓱’해지죠. 여가를 소모적인 취미로 달래는 사람들에게서는 나오기 힘든 반응이에요. 사는 게 재미있어졌다는 얘기도 하십니다.
저는 제가 가진 콘텐츠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가이드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저 같은 인형작가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화된 비대면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건 이런 콘텐츠에 담긴 진정성이라고 봐요. 진정성을 갖췄다면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IT수요가 증가하면서 동시에 ‘수제 인형옷’ 같은 어찌 보면 고전적인 취미에 관심이 느는 것 같아요. 지금 같은 시기에 많은 이들이 인형옷 제작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우리 인간들은 행복해져야 할 때가 됐습니다. 기술과 시스템 발전으로 인한 편리함에도 일자리를 잃고 경제도 이전보다 둔화하고 있는데 수명은 길어졌습니다. 잉여가 주는 공허함을 따스한 아날로그 감성과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졌습니다.
수제 인형이나 수제 인형옷이 그 자체는 고전적이지만 이 고전적 아이템을 첨단 기술로 소문을 내고 알림으로써 사람들의 필요에 쉽게 흡수시키는 과정을 제가 지속해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지간한 사람들인 개인 소셜미디어를 다 가지고 있게 됐습니다. 특히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더더욱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됐지요.
그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에서 그들의 시선을 끌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고전적인 인형과 인형옷들이 등장하는데 빠져들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느끼시는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선 마스크를 항시 착용해야 하는 상황과 함께 고등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매일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일과 일상을 병행하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업무에도 집중이 어렵고 집안에도 신경 쓰지 못하는 경계의 삶을 살게 된 것이지요.
제가 운영하는 연구실(돌아뜰리에 수제인형 연구소)에 매주 가득 메워졌던 연구생들이 더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복작대던 공간이 나만의 공간으로 몇 달째 조용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개인과 사회는 많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일까요?
“대면이나 비대면이냐에 중점을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커뮤니티 형태는 물리적으로 흩어졌고 직접 만나서 해결을 보아야 하는 수많은 일이 비대면의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생경한 불편이 일상화됐다는 점이지요.
대면하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해결해야 하는 생활 방식에 가급적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인프라와 채널을 자신과 맞는 형태와 방법으로 선택해서 어서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 봅니다. 시간과 특히 공간을 초월하는 삶의 방식을 구현하고 적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각보다 빨리 우리 앞의 숙제로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코로나 여파로 사회·경제 전반의 비대면 방식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진전된 것으로 보시는지요?
“제 관점에서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살아가면서 대면을 해야 한다는 도리와 법도 등 그간의 무수한 고정 관념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는 것은 분명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결혼식 장례식 등등의 인륜지대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비롯해 심지어 아이들 등교까지도 격주 또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보면 쉽게 와닿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이 코로나 대처를 꽤 잘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보시기에 정말 잘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은 어디인가요?
“우리나라는 의료 선진국이고 위기 대처 능력 면에서는 정부가 매우 지혜롭고 기민하게 그리고 융통성 있게 잘 운용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선진국이라고 여겼던 강대국 및 서방국가들이 겪는 참사를 보면 이 바이러스의 원발점인 중국과 인접국인 대한민국은 매우 훌륭한 대처 능력과 유지 관리에 있어서 세계적인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음이 증명됐으니까요.
다만 우리나라 특성상 대학 입시가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에 우선해 고려되는 듯 보인다는 아쉬움은 큽니다. 대학 입학이 인생에서 꼭 스무 살에 해내야 하는 과업이 아님에도 그 고정관념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는 교육부와 행정가들을 바라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을 늘 품게 됩니다.
코로나는 극복될 것이고 또 다른 위기가 온다 해도 인간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합심해 극복해낼 것입니다. 앞으로 어떠한 위기를 마주하더라도 늘 긴장하고 깨어 있으면서 멈추지 않는 성실과 열정으로 저 스스로와 제 분야를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다면 다른 분들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내어 행복해졌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정지원 돌아뜰리에 대표
◇ 약력
1973년생
성균관대 국어국문학 학사
(현) 사단법인한국수공예협회 드레스인형분과회장
(현) 클래스101 크리에이터
(현) 돌아뜰리에 대표
<손바느질과 뜨개질로 만드는 인형옷> 저술
<돌아뜰리에의 베이비돌 앤티크옷 만들기> 저술
<오비츠11 여자아이 인형옷 패턴 교과서> 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