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서정 기자ㅣ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한해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을 뿐 아니라, 1400~2800포인트를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8만원을 뚫어내면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섰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새해 증시 역시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이익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시장을 떠받들 것이란 전망입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이른바 '동학개미'가 유동성의 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기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예상보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양호하지 않을 경우 차익 실현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백신 효과 등으로 코로나19가 어느 시점에 종식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지도 주요 변수입니다.
◇ 경자년 증시 주도한 동학개미…신축년에도 힘쓸까
지난해 국내 증시의 중심에는 수백만 동학개미가 있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의 끊임없는 매도세에도 굴하지 않고 연간 60조원 이상의 주식을 쓸어담으면서 동학개미는 우리 증시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60만개가 넘는 신규 주식계좌가 개설됐습니다. 개인들의 신용융자잔액은 연초의 두배 수준인 19조원대까지 불어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증시에 투기 열풍이 일면서 과도한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신용 물량이 과다할 때 일순간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경우가 많았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증시대기자금이라 할 수 있는 주식 예탁금 규모가 여전히 60조원을 상회하고 있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거대한 머니무브 현상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로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채권 등에 묶여있던 자금이 지속적으로 증시로 유입되는 형국"이라며 "올해 역시 개인들의 스마트 머니가 증시로 밀려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유동성에 실적성장 더해져…"코스피 3000 시대 열릴 것"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돈풀기가 이뤄지자 증시도 우호적 환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소위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새해에도 이같은 유동성은 증시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에서 다시 확인된 연준의 통화완화 지속 의지가 증시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저금리와 유동성 여건이 주가와 펀더멘털 간 괴리를 메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안 연구원은 "백신 접종이 경제적 효과를 내기까지의 시차와 겨울철 재확산 충격을 고려할 때 주가 펀더멘털 간 괴리는 계속될 것"이라며 "유동성 여건이 계속된다면 증시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같은 유동성의 힘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예상 실적이 속속 상향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증시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KB증권은 유가증권시장의 순이익을 135조원으로 상향하며 올해 코스피 예상치를 3200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을 기존 대비 52% 상향 조정하며 "당초 예상보다 빠른 백신 보급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앞당기고 있다. 여기에 달러약세 추세의 강화가 더해지며 원자재와 신흥국 통화 강세는 시크리컬과 내수업종의 실적 추정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반도체가 끌고, 5G·폴더블이 밀고
문제는 이같은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반도체가 선봉에 선 가운데 5G, 폴더블 등 IT기술주들이 높은 실적 성장세를 기록하며 높아진 증시 밸류에이션을 충족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 투톱(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 속한 반도체는 올해 국내 기업의 이익 레벨을 한 단계 높이는데 중심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 129조원 가운데 반도체가 42조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이 꾸준히 개선되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3개월 누적 수출액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올해 5월 -3.9%로 저점을 찍은 이후 11월 12.7%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디램 가격 반등은 올 1분기부터, 낸드도 하반기부터는 상승 반전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전공정 장비업체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했습니다.
5G, 폴더블 등 IT 신기술 테마도 유망한 섹터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의 주가는 지난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눈높이가 낮아져 있지만 올해는 다시 한번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G 테마는 국내 통신 3사의 투자재개,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중국 등의 본격적인 5G 투자 시작으로 내년 235%의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폴더블은 보급형 폴더블폰 출시 및 출하량 전망치 반등으로 각각 55.0%, 43.8%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면서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주도 테마의 요건을 갖췄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는 유동성의 힘과 경기 개선 기대감을 바탕으로 새해부터 수익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입니다. 특히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과 기관을 누르고 동학개미의 선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