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토요일이었던 지난 1일 하나생명은 전격적으로 복합점포에 보험입점을 선언했다. 이에 뒤질세라 농협생명도 다음 날인 3일 우리나라 제1호 금융플러스센터(복합점포)에 보험입점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틀 간격으로 보험을 포함한 복합점포 시범영업을 운영키로 한 두 보험사의 금융센터는 어떤 모습일까? 3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하나생명 복합점포와 서울 광화문에 있는 농협생명 복합점포센터를 직접 찾았다. 두 곳 모두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PB업무를 담당하는 곳이었지만, 여러 면에서 서로 차이를 보였다.
◇ 하나생명, 압구정 PB센터에 입점..‘VVIP 위한 타깃 마케팅’
하나생명 복합점포는 압구정역 인근 은행PB(Private Banking)센터들이 즐비한 곳에 위치했다. 본관에서 조심스레 벨을 누르자 문이 열었고, 안으로 들어서니 4개의 프라이빗한 방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내방고객을 위한 상담실이었다.
가장 앞에 하나생명의 상담실이 있었고, 이어 하나은행, 하나대투증권순으로 배치됐다. 예상했던 모습보다 훨씬 럭셔리한 분위기였다. 가운데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는데, 힐끗 내려다보니 그림이 전시돼 있어 갤러리를 연상시켰다.
하나생명이 입점한 복합점포는 초고액자산가들이 재무상담을 받는 PB센터다. 첫 번째 보험입점 복합점포를 PB센터로 결정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 물었더니 "현재 복합점포 시범운영 조건에는 은행과 증권이 같이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때마침 압구정 PB센터가 조건에 맞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에 "하나금융이 PB서비스가 강한 것을 앞세워 과감하게 결정했다"며 "다른 후보센터로 거론됐던 하나금융그룹의 종로센터는 은행과 증권이 동시에 입점해 있지 않고, 창구를 추가로 만들기엔 장소도 협소해 마땅치 않았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압구정 PB센터는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로 은행과 증권고객이 대부분이어서 보험상담을 성사시키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고액자산가들은 새로운 재무설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 접근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도 나오는 상황.
VIP나 VVIP를 대상으로 어떤 영업전략을 갖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곳에서 보험업무를 총괄하는 김제찬 지점장은 "우선 은행과 증권PB들의 고객들에게 보험 포트폴리오의 니즈가 없는지 파악하고, 내방 고객들이 자연스레 보험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우회적인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은행과 증권업무를 돕는 방향을 우선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은행과 증권 PB에게 보험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보험에 대해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이며, 타깃 고객층인 고액자산가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고객이 보험에 대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게 되면, 주변 하나금융그룹의 PB센터에서도 보험서비스 문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목 좋은 광화문센터에 보험입점..“친근한 농협이미지 살릴 것”
같은날 농협생명이 입점한 광화문플러스센터에 방문하니 복합점포 보험입점식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건물에 위치한 복합점포는 올해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오픈한 금융복합센터다.
복합점포가 있는 10층에 도착하니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라는 글씨가 번쩍이면서 시선을 모았다. 내부는 시중은행 창구보다는 좀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의 부스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농협의 브랜드에 걸맞게 매장 전반적으로 친근하다는 느낌이 감돈다.
첫번째와 두번째 부스에선 이미 은행과 증권업무를 맡아 왔다. 새로 마련된 세 번째 자리에 농협생명 부스가 마련돼 있다. 출입문에서 몇 걸음을 걷지 않고도 보험창구에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복합점포의 기본 방향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금융복합점포의 제 역할을 위해 권역별로 나눠져 있는 층과 칸막이를 없애고, 한 공간에서 금융상품을 취급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은행업무를 위해 들렀다가 옆에 마련된 창구에서 증권이나 보험업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변경한 것.
입점식 행사에 참석한 김용복 농협생명 대표이사도 고객이 쉽게 들어와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 복합점포에 방문하면 고객이 필요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말했다.
농협생명 창구에는 직원 2명이 상주한다. 본사에서 파견된 여직원과 센터장이 보험업무를 담당한다. 여광호 센터장은 "상품은 NH종신보험과 유니버셜종신보험 2가지 종류를 판매하는데, 이외에도 전반적인 보험업무 가령, 보험금 청구와 자동이체계좌변경 등의 업무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복합점포 하루평균 방문 고객수는 30여명, 많을 때는 40~50명도 방문한다. 여 센터장은 "창구가 밖으로 오픈돼 있기 때문에 고객이 곧바로 보험업무를 볼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며 "고액자산가 중 세테크나 상속세 등에 관심이 있을 경우 개인적인 상담을 연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