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를 겪어 본 사람들 중에는 ‘보험처리’를 하는 대신 추정수리비(미수선 수리비)를 받는 이들이 더러 있다. 보험사는 실제 수리비용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고,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차량 수리비용을 현금으로 받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쓰면 된다. 이런 식이다 보니 추정수리비가 보험사기에 이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기와 추정수리비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올해 안으로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인더뉴스는 추정수리비와 관련한 현황과 금융당국의 대처방안, 향후 전망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 최근 A손해보험사에 오래된 외산차의 자동차 사고가 접수됐다. 2000년도식 BMW 5시리즈 차량이 자신의 아파트단지 진입로에서 사고가 난 것. 피해자인 BMW 차주는 상대방의 보험사에 추정수리비(렌트비 포함)로 1000만원을 요구했다. 추정수리비를 과도하게 요구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A손보사는 사고현황을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BMW 차주가 불과 일주일 전 다른 손해보험사에서 추정수리비로 수백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파손된 차량부위와 사고 지점도 똑같았다.
자동차사고 현장에서 지급하는 추정수리비(미수선 수리비)가 보험사기를 유발한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수선 수리비는 자동차 사고 때 피해차량에 대한 수리비용을 미리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추정수리비의 대부분은 외제차(외산차) 사고에서 지급되는 사례가 많다. 여기에 추정대차료(추정 렌트비)까지 얹어서 받은 경우도 있어서 사고수리비용에 대한 부험사들의 지급부담이 커지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동차사고 시 추정수리비로 지급한 평균비율은 약 15%에 달한다. 사고 차량 100대 중 15대는 미수선 상태에서 수리비를 미리 지급해 합의보는 형식으로 사고처리를 한다는 의미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가 25.5%로 보험사 중에서 추정수리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더케이손보가 22.6%로 두번 째로 높았다. 한화손보와 롯데손보는 각각 19.3%와 18%를 기록해 추정수리비 평균 지급비율보다 약간 웃돌았다.
악사손보(15.6%)와 KB손보(14.8%), 메리츠화재(13.1%), 현대해상(12.4%)는 보험사 추정수리비 평균비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추정수리비 지급비율이 10% 이하인 보험사도 있었다. 동부화재(8.9%)와 흥국화재(8.8%)를 비롯해 MG손보(5.5%)는 다른 보험사보다 추정수리비 비율이 훨씬 낮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추정수리비는 각 보험사의 보상지침에 따라 달라져 지급비중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며 "과거에는 각 보험사마다 추정수리비로 지급되는 비율이 20%를 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보상에서 흔하게 이용하는 사고처리 방법이다"고 말했다.
추정수리비는 특히 외산차의 사고차량에 지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외산차는 고가차량이 많기 때문에 추정수리비로 지급되는 금액도 국산차보다 훨씬 많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산차의 추정수리비 평균지급액은 국산차에 비해 무려 3.5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손보사의 한 보상담당자는 "실제 보상현장에서 (피해차량 운전자가) 추정수리비를 요구하거나 보험사에서도 지급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다"며 "이는 차주가 마음만 먹으면 수리비용을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동차사고가 났을 때 추정수리비를 요청하고 실제로 수리하지 않는 경우다. 이 후 비슷한 사고가 다시 나면 이 전에 파손된 부분을 포함해 추정수리비를 요구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번 사고를 내서 추정수리비를 받아 챙기는 등 보험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추정수리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기준 외제차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 가운데 83%가 '미수선 수리비(추정수리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추정수리비를 받아가는 일부 차주의 경우 렌트업체와 손을 잡고 해당렌트카로부터 차를 빌리는 대가로 기름값 등의 커미션(수당)을 챙긴다"며 "보험사는 추정수리비에 과도한 추정대차료(렌트비)까지 더해져 부담이 커지고 보험사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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