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앞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그림자규제를 없애겠습니다. 기존의 행정지도와 감독행정 관행을 바꿔 당국의 권위를 내세우는 규제는 하지 않겠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그동안 보험산업은 (당국의)규제 안에서 성장했는데,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어 기존 규제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서는 규제부문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보험학과 교수)
“보험회사에 가격자율화에 대한 권한을 많이 부여하면, 보험료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우려하는데 GA의 진출로 시장엔 이미 각 보험사의 상품별 가격이 오픈돼 있습니다.” (보험사 임원)
먼저, 가장 맨 위의 발언은 지난 2일 임종룡 위원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사에 대한 그림규제를 풀겠다고 언급한 내용이다. 이 후 금융위는 지난 17일 서둘러 규제완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아래의 두 개 발언은 당국의 규제개선안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18일 보험연구원이 주관한 ‘뉴노멀시대 보험회사 경영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각 보험사의 상품·경영지원·경영기획·영업 등의 대표 실무진들과 학계에서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보험사가 새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험산업에 대한 (당국의)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를 비롯해 학계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 내놓은 최종 의견이었다.
조금 의아한 일이었다. 임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추진 중인 ‘금융경제개혁’에서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규제완화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여전히 "보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정부는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사항을 기존보다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규제의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꼭 필요한 제재만 하겠다는 방침이며, 행정지도 운영절차를 합리화하기 위해 옴부즈맨 등 외부기관의 이행 여부를 점검받기로 했다.
금리나 수수료 등 금융상품의 가격에 대한 부분과 인사 같은 고유 경영행위에 대한 당국의 행정지도 금지 원칙도 금융규제 운영규정에 포함했다. 이는 보험사를 포함해 금융회사들이 가장 원하는 규제완화 부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다. 그래서, 요구사항을 선명하게 내세우고 있다. 이를 테면 과도한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강화, 보험상품 가격자율화,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 시행허용 등이 대표적인 요구사항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상품 가격자율화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정확한 입장을 밝히는 데는 주저했다. 대신,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보험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의견만 밝힌 채 토론을 마쳤다.
올 초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임종룡 위원장이 어느 행사장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융 당국을 향해 "규제완화는 ‘절절포(절대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이 말은 행사에 참석한 대다수의 관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금융회사들의 발전과 소비자들의 권익 사이에서 어떤 규제가 필요하고, 어떤 규제가 철폐돼야 하는지 임 위원장만큼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되는 건 이거고, 안 되는 건 이거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만 줘도 동상이몽(同床異夢)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