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막걸리붐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엄+Z세대·1980년~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막걸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 동강주조의 ‘얼떨결에’ 등 독특한 조합·이색적인 체험을 선호하는 이들의 성향에 부합하는 막걸리가 인기입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막걸리의 가치가 더욱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걸리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전통주’가 아닙니다. 국산쌀로 만든 전통주는 막걸리가 될 수 있지만, 모든 막걸리가 ‘우리쌀로 만든 전통주’인 것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6일 막걸리업계에 따르면, 막걸리 제1의 전성기는 10여년 전이었습니다. 2009년 즈음 K-팝 등 한류 인기가 높아지면서 ‘K-막걸리’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특히 일본 여성들을 중심으로 저도주, 유산균이 함유돼 피부 미용 및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정부도 ‘한식 세계화 품목’에 막걸리를 포함하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지원을 이어갔습니다. 업계에서 소위 빅 모델들을 대중광고에 적극 기용하면서 대중의 관심도를 끌어올린 점도 한몫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여파로 등산 인구와 함께 막걸리 수요가 증가했다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걸리의 인기는 빠르게 식어갔습니다. 도수가 낮고, 달콤한 맛의 과일 소주가 주류시장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수입 맥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부터입니다. 업소용 냉장고에서 막걸리 자리는 한 칸씩 비좁아지다 못해 퇴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보다 막걸리의 ‘중소기업 적합품목’ 지정이 결과적으로 막걸리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막걸리가 중소기업 적합품목에 포함되면서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 참여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로 인해 농심, 대상, 오리온 등 대기업들은 국내외 막걸리 시장 진출 계획을 취소하거나 철수하게 됐습니다.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울 기회를 놓쳤다는 겁니다.
이처럼 막걸리는 약 10년 사이 흥망성쇄를 보여왔고, 다시 한번 기지개를 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닐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통주의 범위에 대다수의 막걸리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 등에 따르면, 전통주란 ▲주류부문의 국가무형문화재 등 국가 장인이 제조한 술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 중 한 가지 경우에 해당돼야 합니다. 대부분의 막걸리는 전통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막걸리 업계에서는 전통주라는 용어 사용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고, 온라인으로도 막걸리를 배송받을 수 있도록 전통주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막걸리 빚기’는 지난 6월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막걸리 자체는 현재 전통주라고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순당 관계자는 “전통주 범위가 넓어진다면 막걸리 업계 입장에서는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고, 소비자들 특히 젊은층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우리 술, 막걸리를 더욱 많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막걸리에 쓰이는 쌀의 대부분은 수입산입니다.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1년도 정부관리양곡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40kg 기준으로 2020년산 국산쌀 판매가격(11만3610원)은 가공용 수입쌀(단립종) 판매가(3만6940원) 보다 약 3배 더 비쌉니다.
이윤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막걸리 제조업체가 수입쌀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업계는 막걸리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막걸리=저렴한 술’이라는 인식 개선과 함께, 국산쌀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며 “막걸리에 쓰이는 국산쌀에 대해서는 좀 낮은 가격에 공급해주는 식의 혜택이 있다면 막걸리와 국산 쌀 모두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