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이 카카오와 손을 잡고 대리운전보험 개발에 나선다.(본지 2일자 <동부화재-KB손보, ‘카카오 대리운전보험’ 공동개발> 기사 참조) 보험사와 IT 플랫폼 업체가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인 데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빠져 있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새롭게 선보일 보험은 대리운전 기사의 실시간 운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책정하는 형식으로, 기존 자동차보험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상품이다. 여기에 5000만명에 육박하는 카카오톡 이용자를 잠재적인 고객으로 둔 사업이어서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보험사들의 기대가 크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와 KB손보는 이달 중으로 '카카오 드라이버' 전용 대리운전자보험을 출시한다. 우선 이달 말경 대리운자기사용 카카오 드라이버 앱 서비스가 시작되며, 승객용은 내달 중에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카카오 대리운전 서비스는 대리기사와 이용자가 ‘카카오 드라이버 앱(App)‘에서 대리운전을 요청한 경우 연결해주는 플랫폼 형식의 서비스로 기존 카카오 택시(020, On-line to Off-line)와 유사하다.
동부화재와 KB손보는 기존 보험계약 체결 때 정해졌던 보험료 산출방식 대신 운행정보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키로 했다. 예컨대, ‘카카오 드라이버 앱‘을 통해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콜 당 운행거리 등을 반영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 동부화재·KB손보는 참여했는데, 삼성화재가 빠진 이유는?
눈길을 끄는 점은 삼성화재가 카카오와의 협약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다. 대리운전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는 총 7개. 삼성화재, 동부화재, KB손해보험 3사가 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두 회사만 참여한다.
삼성화재가 처음부터 배제된 건 아니다. 카카오는 이번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화재와 접촉했지만, 삼성 측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사업 참여가 성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대리운전 계약은 일반 차량보다 손해율이 높은 탓에 보험사에서 인수하기 꺼려하는 편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대리운전보험 전용상품 개발에 대한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며 “현재로서는 IT업체와 협력을 통한 사업 등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카카오 드라이버 앱‘을 준비하면서 대리운전은 고객의 신뢰와 보호를 우선으로 고려했다”며 “준비 과정 중 카카오만의 보험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해 여러 보험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그 중 뜻이 맞는 보험사 2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 ‘4800만 카카오톡 이용자’ 설레는 보험사들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SNS)과 카카오 택시(플랫폼) 이용자를 중심으로 ‘카카오 드라이버 앱‘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기준으로 카카오톡 메신저 이용자 수는 4800만명으로 국내 메신저 중 이용자 규모 1위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카카오 택시의 경우 10개월 만에 누적 8000만건의 호출 수를 기록하며, 국내 1위 택시 앱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의 안착을 위해 대리운전기사 보험료 전액을 부담키로 했다. KB손해보험과 동부화재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한도(자기차량 손해의 경우 5000만 원)를 가진 보험 상품을 대리운전기사에게 제공하는 등 이번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와의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보험사들은 물론 참여하지 않은 보험사들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카카오톡 메신저 사용자 중 대리운전이 필요한 경우 카카오 드라이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먼저 진출한 카카오 택시나 카카오 내비(김기사)의 경우 실제 이용객들 사이에서 평이 좋기 때문에 고객 신뢰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지만, 마땅히 활로를 찾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비단, 카카오뿐만 아니라 다른 IT 업체와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단초가 생긴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일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이용자 수는 47만명에 달하며, 대리운전기사 규모는 7만8000여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