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양귀남 기자ㅣ쌍방울 계열사인 SBW생명과학(옛 나노스)의 가파른 주가 하락세에 CBI(옛 청보산업)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사는 바이오 사업에 협력하겠다며 직간접적으로 상호 투자를 진행했지만 단기간에 해당 투자가 큰 손실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실질적인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는데다 지분 양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도 공시를 발표하며 의구심을 키웠다. 양사는 전환사채와 관련해 복잡하게 얽힌 채 자본이득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애초에 바이오 사업에는 의지가 없었고 메자닌(전환사채 등 주가연계증권)을 활용한 주가 시세차익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바이오 협업한다며 손잡았지만..'루즈-루즈 게임' 전락
14일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BW생명과학의 주가는 지난 4월 최고 6850원을 기록했다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2000원 전후로 주저앉았다. SBW생명과학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자 CBI가 보유하고 있는 SBW생명과학의 지분 가치 손실도 급격히 확대됐다.
CBI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두차례에 거쳐 SBW생명과학의 주식 342만여주를 베스트마스터1호투자조합으로부터 양수했다. 해외 바이오 사업 협력을 명분으로 주당 3900원대에 총 134억을 투자한 것.
CBI는 해외 바이오 사업 협력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지분 양수 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돌연 SBW생명과학의 지분을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CBI는 전체 지분을 168억원에 장내매도하며 약 3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SBW생명과학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주가가 당시 대비 약 50% 이상 빠진 상태다. 내년 6월까지 매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SBW생명과학의 주가를 반영하면 수십억원의 투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지분을 힉스조합에 매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잔금수령일이 두차례 미뤄지자 하락한 주가에 매수자가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CBI는 SBW생명과학의 극적인 주가 회복을 기대해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우선 SBW생명과학은 장기간 대규모 적자 속에 결손금이 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주주 측인 쌍방울 그룹의 비리 의혹과 검찰의 압수수색 등도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CBI에 대한 SBW생명과학의 투자도 순탄치 않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SBW생명과학은 지난 2월 지브이비티 4호조합에 100억원을 출자해 지분율 99.9%를 확보하며 CBI에 투자했다. 현재 지브이비티 4호조합은 50억원 규모의 CBI의 전환우선주식 213만여주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CBI 주가가 전환우선주의 전환가 조정 한도까지 하락해 이후 투자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CBI의 주가가 상승 반전을 이뤄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I와 SBW생명과학의 상호 투자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며 바이오 사업을 내세운 협력이 루즈-루즈 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극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해야 하지만 양사의 재무 건전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사업보다 메자닌 활용 머니게임에 치중
CBI의 SBW생명과학의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바이오 사업 협업 자체에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그간 CBI 대주주의 투자 이력에 더해 대한그린파워 CB 인수를 두 기업이 동시에 추진하려고 했던 사실이 나타나면서 CBI 대주주 측과 쌍방울 측의 협력은 메자닌 활용을 핵심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SBW생명과학은 지난 3월 나노스에서 사명을 바꿨지만 구체적인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 지난 2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카메라모듈 부품 사업이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CBI 또한 미국 자회사 CBI USA를 만든 뒤 소형 바이오 기업들 지분 취득에 잇달아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의 사업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손실 역시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CBI가 SBW생명과학 지분을 인수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매도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바이오 사업 관련 협업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달 CBI는 대한그린파워의 최대주주 코르몬파트너스로부터 190억원 규모의 CB 인수를 결정했고 같은 날 SBW생명과학이 출자한 지브이비티 4호투자조합은 대한그린파워 31회차 CB를 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CB는 즉시 전환이 가능했고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낮게 형성돼 있던 알짜 CB였다. 하지만 스타디움 3호조합이란 주체가 새롭게 등장해 지브이비티 4호조합과 전환사채 매매계약 승계 합의를 맺었고 이후 CB 매각 대상이 스타디움 3호조합으로 변경됐다.
대한그린파워의 CB를 인수할 스타디움 3호조합은 과거 CBI의 CB를 보유한 이력을 바탕으로 CBI를 지배하고 있는 그로우스앤밸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으로 추정된다. 그로우스앤밸류는 이호준, 오경원 씨를 중심으로 이전부터 부동산 유동화 및 스몰캡 관련 구조화 딜을 진행해왔다.
그로우스앤밸류는 인콘, 인스코비, 골든센츄리, 아이에이네트웍스, 아이텍 등에 FI로 참가한 이력이 있다. 특히 직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콘 CB와 골든센츄리 CB를 통해서는 시세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그로우스앤밸류 측과 쌍방울 측이 메자닌 투자 협력 관계를 구축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개인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던 베스트마스터1호 투자조합이 CBI에 SBW생명과학의 지분을 당시 주가보다 싼 가격에 판 것으로 안다”며 “해당 시점부터 상호 투자를 이어오며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에 수차례 취재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