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전 세계 플라스틱 과잉 생산 문제가 국제협약 차원에서 논의 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처해야 할 방법론을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산업계가 한 곳에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시대의 국제외교 및 국내 산업 전환 전략’ 토론회에서는 외교부, 환경부, 기후단체,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오는 8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2)를 앞두고 한국의 대응 전략을 공유했습니다. 이번 INC-5.2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의 마지막 조율 단계로 플라스틱 원료 감축이 핵심 쟁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 케냐, 파나마 등 다수 국가는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협약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95개국이 지지한 '니스 선언'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2022년 고위 공약 연합(HAC)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명확한 감축 목표나 국제 협약안 제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외형만 진보적’이라는 비판을 자초해 왔습니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기후 대응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 차원에서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적 침체를 겪고 있는 만큼 범용 플라스틱 중심에서 벗어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전환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기후솔루션 신유정 변호사는 "중국과 중동의 신규 설비 확대에 대응하려면 국제 협상에서 감축 논의를 지지해간다는 외교 전략과 함께, 국내 산업 구조를 녹색 전환으로 이끄는 산업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린피스 김나라 캠페이너는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며 "국제협약이 성안될 경우, 에틸렌 생산 세계 4위인 한국의 석유화학산업도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보연 팀장은 "재활용 과정에서도 유해화학물질이 순환되고 있어 생산 감축 없이는 본질적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계 역시 구조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뒷받침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김대웅 지속가능경영본부장은 "범용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고기능성 수지, 재활용 원료 기반 소재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실증과 인증, 설비 전환 등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와 환경부는 국제 협상의 복잡성을 설명하면서도, 산업계와 정부의 방향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외교부 박꽃님 녹색환경외교과 과장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조항에 반대하는 미국·중동 등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 이정미 자원순환정책과 과장은 "국내 산업계와 협력해 전주기적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며 “기존 정책보다 국제논의 흐름과 조화를 이룬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좌장을 맡은 부경대 박종원 교수는 "약한 규제를 만들 것이냐, 100여 개국이 지지하는 강한 규제안을 만들 것이냐가 이번 협상의 핵심"이라며 "한국은 대량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서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위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은 "불필요하고 대체 가능한 플라스틱은 생산과 소비 모두 줄여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탈플라스틱 정책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플라스틱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국제사회와 발맞춰 국정 기조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차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2019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의 5.3%를 차지하며 2050년까지 세 배 이상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이 국제 규범 설계에 적극 참여하고 국내 설비 전환과 녹색 전환에 필요한 재정 투자와 정책 유인이 시급하다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