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올 들어 주류 가격 인상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고물가에 매년 오르는 게 술값이라지만 최근 원부자재 및 물류비 상승으로 소주·맥주값 인상 가능성이 커지며 '서민술'이라는 용어가 무색해지는 상황입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맥주 아닌 맥주 같은' 발포주가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거나 올해 안에 가격 조정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소주값 동결을 공식화하며 '소주 6000원' 진입은 보류했지만 인상 요인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식당, 주점에서는 소주 1병을 6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오는 4월부터는 맥주에 붙는 세금도 오릅니다. 전년도 물가상승률의 70~130% 범위 내 리터당 세율을 결정하는 주세법에 따라 올해는 맥주 1리터당 기존 855.2원에서 885.7원으로 전년 대비 30.5원 인상됩니다. 막걸리도 대상에 포함되지만 발포주는 예외입니다. 발포주는 맥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발포주는 국내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에 해당합니다. 분류가 다르니 주류세도 차이가 납니다. 일반 맥주에 70%의 주세가 적용되는 것과 달리 발포주는 기타주류 주세율 30%가 부과됩니다. 맥주 맛과 유사하지만 맥주보다 가격이 싼 이유입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발포주 '필라이트'와 '필굿'은 현재 편의점에서 500㎖ 기준 개당 16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반 맥주보다 약 40% 저렴한 수준입니다.

국내 발포주 시장의 문을 연 건 하이트진로입니다. 2017년 하이트진로가 국내 최초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출시한 이후 오비맥주, 신세계L&B에서도 잇따라 제품을 내놨습니다. 주류업계에서는 2021년 기준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가 약 3600억원, 2년 새 24% 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소주나 맥주 대신 발포주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습니다. GS25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2월 27일까지 발포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했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해 발포주 매출이 전년보다 약 20% 늘었습니다.
다만 국내 발포주 시장은 규모 자체가 작다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전체 라거맥주 시장에서 발포주 비중은 2017년 2%에서 2020년 6%로 늘었지만, 2021년부터는 7%로 성장률이 정체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몇 해 전 발포주가 국내 시장에 등장할 때만 해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가벼운 음주'에 대한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맥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저렴한 수입맥주 묶음 상품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주류업계 관계자 "국내 주류 인구는 계속 줄고 있고 출산율은 낮아지는 현실에서 맥주를 포함한 주류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발포주 시장도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해 매년 매출 증감률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저도주 트렌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일반 맥주보다 가격이 싼 발포주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발포주에 기능성을 강조하거나 친숙함을 더해 출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필라이트 퓨릿 컷은 통풍을 유발하는 퓨린 함량을 낮췄습니다. 355㎖ 캔당 퓨린 함량이 2㎎으로 기존 필라이트 후레쉬 대비 90%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입니다.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려는 '헬시 플래저' 등 다양해지는 발포주 니즈를 고려해 한정판으로 출시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 퓨린 저감 발포주를 자체 개발 및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생산을 통해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장기불황을 거치며 발포주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2013년부터 퓨린 함량을 낮춘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습니다.
오비맥주는 2019년부터 필굿 3종(오리지널·세븐·엑스트라)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OMG를 선보이며 발포주 4종 라인업을 구축했습니다. OMG는 기존 발포주에 현미, 보리, 호밀을 사용해 곡물향을 강조했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필굿 브랜드 판매량은 연평균 64% 증가했습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먼저 시장에 나온 필라이트 브랜드에 이어 오비맥주 필굿은 발포주 시장 견고한 2위로서 브랜드 제품 수를 다양화하고 있다"며 "이제 막 음주가 가능하게 된 사회 초년생 등 Z세대를 겨냥해 B급 감성이나 고래, 곰 등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앞세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