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최근 금융권에서 '상생금융'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업권 불문 앞다퉈 상생금융 지원상품을 출시 중입니다. 하나같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청년·소상공인 등 취약계층과 고통분담한다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업권별로 금융사 방문에 한창입니다. 공교롭게도 금감원장이 가는 금융사마다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보따리 풀듯 내놓습니다. 이 원장은 한껏 자세를 낮춘 채 금융사의 상생금융을 높이 평가하고 일률적 상생금융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금감원장의 워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금융사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담스러움과 압박감 속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가가 역력합니다. 업계 한 인사는 "상생금융 눈치게임이 시작된지 오래"라며 곤혹스러워했습니다.
"일률적으로 올라간 금리로 인한 고통이 가계와 기업에 가해지는 상황에서 지나친 고통이 한쪽에 쏠리지 않도록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한화생명이 가칭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출시를 예고한 '포용적 금융·따뜻한 동행-상생친구 협약식'에서 이 원장은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저변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상생금융 노력은 시장원리에 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취재진 질의에 앞서 모두발언 식으로 내놓은 말입니다. 이 원장의 금융사 방문일정과 맞춘듯 쏟아지는 상생금융 지원책을 두고 업계안팎에서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한 언급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회사운영상 여력이 있거나 상품정책 및 마케팅정책상 수익 측면에서 손해보지 않으면서도 (상생금융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시행하는 회사의 자율적인 노력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여력이 없거나 포트폴리오 운영상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권하거나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점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의 완곡한 어법에도 보험업권에선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보험상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상품 자체도 장기간에 걸쳐 있는 업계 특성상 상생금융 지원상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보험업계는 적어도 앞으로 2~3년간 여러가지 큰 경영 변동성을 안고가야 할 것"이라며 "단기간 일회성 지원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은행권과 달리 보험업계는 상생금융 상품 개발의 여지도 크지는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다들 하니 우리도 피해갈 순 없겠죠…"
지난 6월말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카드가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이어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이 이달 7일 6000억원 규모로 상생금융안을 내놓자 업계 한 관계자는 한숨 쉬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체 카드사 분기 순익과 맞먹는 수천억원의 지원규모가 대체 어떻게 산출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상생금융이란 게 마치 대세처럼 굳어지고 있으니 모른체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너무도 부담스러운 난해한 숙제가 된 것 같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에선 국민경제 부담을 완화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상생금융에 대해 여론의 힘을 받고 이에 근거해 관치라는 지적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등떠밀리듯 내놓은 상생금융지원안이 앞으로 각 금융사는 물론 업계에 예기치 못한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