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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 부는 겨울, 맥주 ‘크러시’ 꺼내든 롯데주류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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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December 15, 2023, 09:12:07

'맥주는 봄' 관행 깨고 겨울에 출시한 신제품 크러시
클라우드 3분기 점유율 3.6%..켈리·아사히에도 밀려
'새로' 1주년 집중..'4세대 맥주'로 이미지 변신 예고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가 찬 바람 부는 계절에 맥주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봄 즈음 신제품을 선보여 온 그간의 주류 기업들과 다른 모습입니다. 업계 관행과 대비되는 행보지만 기저에는 롯데칠성음료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지난해 제로 소주 돌풍을 일으킨 새로의 시장 안착을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컸을 것이란 시각입니다. 상반기 '전사적 역량'이 집중된 켈리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로 클라우드의 부진을 털고 롯데 맥주의 반등을 이끈다는 각오입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신제품 크러시(KRUSH)를 출시했습니다. 알코올 도수 4.5도인 페일 라거 타입의 올 몰트 맥주입니다. 외관에 굴곡이 없는 숄더리스 타입으로 홉 버스팅 기법을 통해 시원함을 강조했습니다. 패키지에는 빙산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으로 시각적인 청량감을 더했습니다.

 

주류회사가 맥주 신제품을 낼 때는 성수기인 여름에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3~4개월 전에 출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켈리(4월)를 포함해 테라(2019년 3월), 발포주 필라이트(2017년 4월) 모두 봄에 내놨습니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2014년 4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크러시는 달랐습니다.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달 21일부터 식당, 주점 등 유흥시장을 중심으로 500㎖병과 20ℓ생맥주 KEG 제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크러시 출시 시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켈리와의 결투를 피하려는 의도가 짙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올 상반기는 켈리의 기세가 거셌습니다. 2019년 테라 이후 하이트진로가 4년 만에 선보인 켈리는 덴마크 북대서양 해풍을 맞고 자란 보리를 사용했다는 점을 앞세워 주점, 동네 슈퍼 등의 매대를 빠르게 채워갔습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오비맥주 점유율을 앞서는 성과도 냈습니다.

 

막대한 물량 공세와 함께 마케팅비도 늘었습니다. 올해 1~3분기 누적 판매관리비가 74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7% 증가했습니다. 증가한 1000억원 중 대부분이 켈리 홍보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노리는 하이트진로와의 대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엔데믹에 접어든 올해 국내 맥주 시장은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 점유율(소매 POS 기준)은 지난해 20.7%에서 켈리를 출시한 올해(2~3분기) 23.0%로 증가했습니다. 자기 잠식 현상이 일부 나타났지만 하이트진로 브랜드 전체 비율로 보면 비중이 늘었습니다.

 

반면 롯데 맥주는 켈리뿐만 아니라 일본 맥주에도 맥을 못 췄습니다. 클라우드의 제조사 점유율은 지난해 5.4%에서 올해(2~3분기) 4.2%로 감소했습니다. 일본 맥주가 부활하면서 아사히를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5.4%)에 3위 자리도 내줬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크러시 출시 시점을 조율한 배경에는 새로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도 숨어있습니다. 칠성사이다 같은 선두 제품을 보유한 음료 사업과 달리, 주류는 하이트진로(참이슬)와 오비맥주(카스)에 밀려 존재감이 부족합니다. '처음처럼 새로'는 지지부진한 흐름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과당 대신 대체 감미료를 첨가한 새로는 '헬시 플레저' 바람을 타며 MZ세대 사이에서 제로 슈거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저도수(16도)와 구미호라는 친근한 캐릭터도 한몫했습니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이후 7개월 만에 1억병이 팔렸고 출시 1년도 채 안돼 누적 판매 1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1주년을 맞은 새로는 롯데주류 실적도 끌어올렸습니다. 올해 3분기 롯데주류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 늘어난 가운데 소주 매출이 840억원으로 같은 기간 28.2% 증가했습니다. 맥주 매출이 26.6% 감소했음에도 새로는 3분기에만 327억원을 벌어들이며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미지 변신도 필요했습니다. 2014년 출시한 클라우드는 출시 초 ‘신동빈 맥주’로 불리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허위 광고 논란에 발목이 잡히며 성장이 더뎠습니다. 여러 차례 리뉴얼에도 한 자릿수 점유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의 올 3분기 맥주 브랜드 점유율은 3.6%로 7위입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신제품 개발에 돌입한 롯데칠성음료는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 기존 ‘리뉴얼’ 계획을 ‘신제품’ 출시로 전략을 선회했습니다. 클라우드의 헤리티지(K)를 계승했다지만, 신제품 명칭에서 클라우드는 빠졌습니다. '기존 맥주와 선을 긋는다'는 말에 클라우드도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크러시 모델인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출연한 첫 광고 영상은 기존 맥주 광고와 다른 차분한 분위기와 메시지로 일단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서울 홍대 인근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과 유흥시장 매대 확보에 주력한 뒤 내년 상반기 가정용 시장 진출을 가늠질할 예정입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 성수기라고 하면 여름 전 봄쯤부터 판매돼야 하는 게 이론상으로는 맞지만 올여름은 켈리가 광고 홍보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며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시장에서 양강 구도 위치에 있지 않다 보니 새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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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weightman@inthenews.co.kr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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