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홍승표 기자ㅣ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 심사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합병이 사실상 눈 앞으로 다가오게 됐습니다. 남은 관문인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받을 경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습니다. EU의 승인에 따라 대한항공은 14개 경쟁당국 중 13개국으로부터 승인을 완료하며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남겨두게 됐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EC와 기업결합 사전협의절차에 들어간 바 있으며, 지난해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5월 EC는 유럽 여객 및 화물노선의 독과점을 우려하며 시정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인 EEA(유럽경제지역)와 한국 간 화물 및 승객 운송에서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다른 경쟁업체들 서비스 확장을 위해 규제 및 기타 장벽에 직면해 있으며 합병된 회사에 충분한 경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 이러할 경우 승객과 화물 고객의 가격 인상이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2일 EU가 우려한 부분을 시정조치한 내용의 시정조치안을 제출했고 그 결과 '조건부 승인'을 받게 됐습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은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슬롯 반납 및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분 매각 등을 골자로 담아 제출됐습니다.
EC에 따르면, 시정조치안이 한국과 EEA 간 화물 및 여객 운송에서 효과적 경쟁을 유지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며 조건부 승인을 내렸습니다.
EC의 조건부 승인이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이뤄짐에 따라 대한항공은 합병을 마무리짓고자 시정조치 이행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최종 관문인 미국 경쟁당국과 협의도 진행해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의 인수 후보로는 LCC(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이 꼽히고 있으며,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여객사업은 티웨이항공이 이관받을 예정입니다. EC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이 4개 노선에서 항공편 운항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자산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두 항공사가 합병을 마무리하게 될 경우 세계 10위권 규모의 항공사가 새롭게 출범하게 됩니다. 이와 동시에 지난 1988년 아시아나항공 출범 이후 이어져 온 양대 대형 항공사 체제가 단일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재편됩니다.
두 항공사의 매출을 합친 규모는 약 20조원가량이며, 항공기 보유 대수는 200여대에 달합니다.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게 되더라도 두 항공사의 실질적인 통합은 2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기간 동안에는 항공사간 독립 운영을 하게 되며 이후 본격적으로 통합항공사가 출범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LCC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경쟁정책 담당 부위원장은 "이번 합병은 화물 및 여객 항공 운송 서비스 모두에서 상당한 경쟁 문제를 야기했다"며 "그러나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이 우리가 우려하는 사항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이 중요한 부문에서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선택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