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적자의 늪에 빠진 태양광 장비 업체 캐리(옛 윌링스)의 인수합병(M&A)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새 주인이 된 세력은 그간 상장폐지 등 문제의 한계기업들에 두루 관여하며 조직적 움직임을 보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주인이 바뀐 후 대규모 자금을 들여 부동산부터 사들이는 이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거래 상대방은 신임 대표의 개인 회사로, 실제로는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유령법인으로 드러났다. 한때 촉망받던 코스닥 상장업체가 기업사냥꾼들의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계기업 전문 사냥? 거쳐간 곳마다 '트러블'
23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캐리는 최근 유상증자로 들어온 새로운 최대주주(드림투자조합)의 지분이 오는 27일 상장된다. 이 유증으로 캐리의 주인은 제이스코홀딩스에서 드림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이에 발맞춰 윌링스였던 사명도 변경하며 이미지 탈바꿈을 시도했다. 8명의 출자자로 구성된 드림투자조합은 이용기 씨가 대표에 이름을 올렸고, 최대출자자는 세한1호조합이다.
캐리는 지난해부터 우여곡절을 거듭한 끝에 최근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회사는 지난해 6월 피나클로지스투자1호조합과 리워터월드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6개월 이상 납입이 지연됐다. 동시에 2회차 CB 납입도 지연되며 최근 불성실 공시법인에 지정됐고 2000만원 넘는 제재금도 부과됐다. 이 과정에서 유증 규모는 8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대상자도 드림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새로운 대주주의 정체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드림투자조합 대표인 이용기 씨는 상장폐지 등 여러 한계기업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이 씨는 지난해 10월 프론토사 투자조합을 통해 엠에프엠코리아가 발행하는 70억원 규모의 CB에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사내이사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납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납입 대상자도 돌연 변경됐다. 엠에프엠코리아가 최근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씨의 임기 만료일은 내후년 11월이다. 엠에프엠코리아는 자기자본 50% 초과하는 법인세비용 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이 3년간 2회 이상 기록하며 최근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다.
이 씨는 또 3년 전 상장폐지된 디에스티와도 관계돼 있다. 그가 대표로 이름을 올린 샤인아트산업이란 법인은 지난 2019년 디에스티 CB 발행에 참여했다. 디에스티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자 해당 CB를 유증을 통해 상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샤인아트산업은 4%의 디에스티 지분을 확보했고 이후 이 씨가 해당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디에스티의 5% 이상 주주는 강혜영(9.6%), 이용기(5.8%), 한강홀딩스(5.5%)다.
이 밖에도 드림투자조합은 지난 3월 거래 정지된 플래스크의 100억원 규모 CB 발행에 참여한다고 밝혔다가 의견거절을 받자 자금 납입을 철회한 바 있다. 플래스크 주가는 대규모 유증과 CB 발행 소식 전부터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 마감 이후(3월 13일 19시경)에 공시가 이뤄졌지만 주가는 당일에 이미 상한가를 기록했고, 다음날 1375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쏟아지는 매물에 밀려 순식간에 600원대로 추락했다. 플래스크는 대규모 자금 납입 공시 이주일여 뒤 거래가 정지됐다.
이 씨는 현재 의류부자재 및 패션장식제품 제조 판매하는 샤인아트코리아라는 업체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에 앞서 이씨는 의류부자재 업체인 샤인아트산업에서 2003년부터 재직했다. 하지만 샤인아트코리아의 등록 주소지를 방문한 결과, 재작년에 청산 처리된 샤인아트산업의 간판을 사용중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 씨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공시 내용을 보면 된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270억 들여 건물 매입부터..수상한 거래
캐리는 최대주주 변경 일주일 만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부동산을 사들이는 행보를 보였다. 거래 물건은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지상 7층짜리 건물로, 회사는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 확충 및 투자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한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은 염현복 대표가 대표로 있는 골든에이라는 법인이 소유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지난해 10월 172억원에 거래됐다. 골든에이가 주인이 된지 1년도 안됐다는 의미다. 최근까지 해당 건물 출입구에는 임대 문의가 붙어 있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계약이 끝나서 다 찬 상태"라며 "아직 임차인은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임대 문의 표지판이 걸려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건물주가 임차인이 들어온 이후에 떼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캐리는 해당 건물을 매입하는 데 총 270억원의 자기자금과 차입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건물 값이 6개월 만에 100억원 비싸진 것. 이 중 계약금 54억원은 이미 지난 4월 지급했고, 중도금 54억원은 CB 발행을 통해 상계했다. 잔금 162억원의 지급 예정일은 오는 11월이다. 캐리 관계자는 "부동산 잔금 지급 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든에이의 등록된 주소지를 방문한 결과 서울 강남 소재의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리고 있을 뿐 실질적인 영업활동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 10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다. 캐리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증빙자료로 제출했고, 회계법인 확인서도 받았기 때문에 거래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명을 시도했다.
비범한 98년생들..바지 혹은 금수저?
최대주주 변경과 동시에 캐리 대표에 선임된 염 씨는 현재 경영컨설팅 업체 모자이크랩스와 골든에이 대표를 맡고 있다. 과거 트리니트라는 업체의 대표로도 있었는데, 해당 법인은 지난 2018년 지스마트글로벌 M&A에 참여했다. M&A 과정에서 자금 납입은 수차례 미뤄졌고 최종적으로 2019년 3월에서야 대금 지급이 완료됐다. 이후 트리니트는 장내 매각을 통해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지스마트글로벌은 재작년 상장폐지됐다.
염 씨와 함께 조성욱, 홍훈기, 이우식, 민소정 씨 등은 원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골든에이와 모자이크랩스 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조 씨는 과거 지앤지1호조합의 조합원으로 골든센츄리(현재 상장폐지 심사 중)에 투자했다. 당시 조합원에는 현재 드림투자조합의 조합원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노블엠앤비(현재 상장폐지 심사 중)에서도 함께 활동했다.
또한 이번달 말 납입을 앞두고 있는 200억원 규모의 캐리 CB 발행 대상자인 금강1호조합 대표 민 씨도 골든센츄리 투자에 가담했다. 현재 캐리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자금 납입을 예고한 민소정, 박경호, 조성욱 씨는 모두 20대 중반(1998년생)의 동갑내기다.
업계 관계자는 "유증이 지연되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전 최대주주 투자자 쪽에서 드림투자조합을 소개시켜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염현복 대표는 드림투자조합 쪽에서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9년 코스닥에 상장한 캐리는 재작년부터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76억원으로 매출액(170억원)보다 큰 상황.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31억원, 22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