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클라우드·생성형 AI 등 급변하는 IT 환경 대응을 위해 금융권에 대한 망분리 의무화 규제를 완화하면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봇물터지듯 출시되고 있습니다.
망분리 규제는 외부침입으로부터 내부 전산자원을 보호하고자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는 네트워크 보안기법입니다. 2013년 3월 대규모 금융전산사고를 계기로 금융부문 망분리 규제가 도입됐고 이듬해 전산시스템의 물리적 망분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은 급격한 IT 환경변화 대응과 디지털 혁신을 명분으로 망분리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요청했고 금융위원회는 10년만에 단계적 개선으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8월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라 금융회사의 생성형 AI 및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에서 구독·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이른바 SaaS(Software as a Service) 활용이 폭넓게 허용됐습니다.
지난 9월16~27일 혁신서비스 신청기간중 74개사 141개 혁신서비스가 망분리 규제특례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신청·접수됐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높은 관심을 감안해 이번에 지정된 건 이외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내년 1월말 법정기한까지 속도감있게 지정 등 처리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습니다.
교보생명 보장분석 AI서포터
교보생명이 자체 개발한 '보장분석 AI서포터'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습니다. 교보생명은 금융규제샌드박스 제도 도입 이후 보험업권에서 가장 많은 6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았습니다.
보장분석 AI서포터는 생성형 AI 기반 데이터 처리를 통해 방대한 양의 보장분석을 쉽게 요약해 설계사에게 핵심사항만 제공합니다. 복잡한 보험상품 보장내용을 AI가 빠르게 분석해 상담시간을 단축합니다.
또 설계사의 실수를 줄이면서 고객이 더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보장내용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고객 맞춤형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보장을 명확히 찾아낼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교보생명은 그간 망분리 규제에도 고객 가치 제고를 목표로 생성형 AI를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교보생명은 관리자급 설계사를 위한 생성형 AI 기반 어시스턴트 프로그램과 임직원이 내부망에서 생성형 AI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보GPT'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망분리 규제완화에 발맞춰 개발한 것이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보장분석 AI서포터"라며 "연내 시범운영을 마치고 내년부터 현장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객경험과 업무 혁신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화생명 고객맞춤형 화법 생성 및 가상대화 훈련솔루션
한화생명(대표이사 여승주 부회장)이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 '고객맞춤형 화법 생성 및 가상대화 훈련솔루션'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습니다.
FP(보험설계사)는 AI 솔루션을 통해 고객 맞춤형 화법을 생성하고 가상대화로 실전같은 상담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상담역량 향상은 물론 맞춤형 상품안내로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가령 FP가 고객을 만나기 전 태블릿이나 휴대전화로 AI 솔루션을 실행하면 AI 솔루션은 고객의 가입현황과 보장내역을 분석해 충분한 보장과 부족한 보장을 구분해 냅니다. 구분된 데이터는 고객 맞춤형 대화소재로 활용됩니다.
고객 맞춤형 화법은 최신뉴스, 보장분석결과, 상품특징, 클로징 등 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AI는 고객 맞춤형 화법을 구사하는 FP의 음성·자세 등 학습내용 전반을 분석합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는 프로세스도 있습니다.
한화생명 T&D팀 권철오 팀장은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기존 판매교육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최적화된 고객별 상품제안과 고품질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3월 오픈 목표로 보안위협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수립해 FP와 고객 모두에게 신뢰성 높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신한은행 AI은행원·AI투자메이트
신한은행(은행장 정상혁)은 생성형 AI 기반 AI은행원 그리고 생성형 AI 투자 및 금융지식 Q&A서비스 등 2건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습니다.
지난 11월 문을 연 'AI브랜치'에 외부 생성형 AI를 도입함으로써 'AI은행원'이 실제 직원처럼 자연스럽게 고객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입니다.
AI브랜치는 서울 서소문에 오픈한 미래형 영업점으로 디지털데스크, 디지털 키오스크 등 디지털금융서비스에 AI 기술을 더해 구현된 '테스트베드' 영업점입니다.
AI브랜치에서 만날 수 있는 AI은행원은 입출금 계좌 및 예적금 신규, 체크카드 신규, 외화 환전, 증명서 발급 등 64개 창구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향후 AI 은행원에 다양한 외국어 실시간 번역서비스를 도입해 외국인도 금융상담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니어 고객을 위한 쉬운 설명 가이드도 제공합니다. 나아가 고객 행동과 표정, 감정분석까지 가능한 'AI 감정분석 시스템'에도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적용해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등 이상거래 탐지역량도 높이기로 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연내 출시할 'AI 투자메이트' 서비스에도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도입합니다. 고객 질문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입니다.
AI 투자메이트는 '금융시장 AI 서치(Search) 서비스'로 고객의 투자경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궁금증에 대해 답변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망분리 규제로 활용하지 못한 외부 생성형 AI 모델(마이크로소프트사 Azure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OpenAI의 GPT 모델)을 도입해 관련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 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AI은행원, AI투자메이트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키고 금융서비스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여 고객경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 자율보안-결과책임 원칙 분명히
이밖에도 ▲KB국민은행-생성형 AI 금융상담 에이전트(고객 질의에 고객 친화적 대화·상담 제공) ▲NH농협은행-생성형 AI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외국인 고객을 위한 AI은행원, 고령층을 위한 상담서비스 제공) ▲카카오뱅크-대화형 금융계산기(자연어 기반 금융상품 관련 이자·환율 계산) ▲KB국민카드-생성형 AI를 활용한 모두의 카드생활 메이트(고객 상황에 맞는 카드상품 비교·발급 등 대화형 금융서비스 제공) 등 9개 금융사 10개 서비스가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습니다.
금융위는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라 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자율보안-결과책임'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금융보안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가 규제개선 혜택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금융사는 혁신서비스를 신속하게 출시하고 혁신과 보안의 균형을 위해 탄탄한 보안체계 하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