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게임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게임 산업의 추세에 따라 기존의 강력했던 IP를 활용하는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게임업계의 예상 실적에서 이러한 기조가 나타납니다.
지난 22일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증권사 실적 전망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IP를 보유한 크래프톤[259960]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어난 7894억원으로 탄탄한 실적이 예상됩니다. 영업이익 역시 3831억원으로 2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작년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넷마블[251270]도 매출이 6187억원, 영업이익이 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7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철옹성 같았던 '리니지' IP가 약세를 띠며 엔씨소프트[036570]의 1분기 매출은 3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리니지 IP 기반의 '저니 오브 모나크'가 유의미한 성과를 지속하지 못했고 기존 모바일 리니지 게임의 매출도 하락한 탓입니다.
이러한 예상 실적은 잘 만든 IP 하나가 게임사의 꾸준한 실적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IP를 만드는 것은 개발 기간도 오래 걸리며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 게임업계는 과거 성공했던 IP를 기반으로 신작을 내놓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하는 액션 RPG 게임으로 웹툰의 팬층이 이미 탄탄했기에 마케팅과 초기 유저 유입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역에서 진행된 사전등록에 1500만명을 모았으며 출시 첫날에는 누적 다운로드 2000만, 일일 활성 이용자(DAU) 500만명, 매출 140억원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성공을 확인한 넷마블은 지난 3월 'RF 온라인 넥스트'를 출시했습니다. 넷마블이 20년간 서비스한 'RF 온라인'을 활용한 RPG 게임으로 기존 세계관은 유지하되 새로운 직업, 전투 방식 등을 최신 그래픽으로 재해석했습니다.
'RF 온라인 넥스트' 또한 기존 IP 파워에 힘입어 출시 18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6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출시 후 11일 만에 누적 매출은 약 1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넥슨 또한 자사 IP를 적극적으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넥슨이 지난 3월 출시한 '마비노기 모바일'은 2004년부터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마비노기'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생활형 RPG입니다.
이어 인기 IP인 '던전앤파이터'를 활용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습니다. 스팀 얼리 액세스 당시 95%의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출시 후에는 스팀 글로벌 인기게임 순위 2위, ARPG 장르 부문 1위, 메타크리틱 평점 80점을 기록하며 대중성과 완성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IP를 소위 '리부트'하여 신작을 내는 전략은 개발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기존의 팬층을 비교적 쉽게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IP를 만드는 것이 지속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비용과 시간이 걸림돌이다"라며 "기존 IP를 활용해 신작을 내고 올린 수익으로 새로운 IP를 개발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