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정태 기자ㅣ 한국인의 은퇴준비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먹살바(먹고 살기 바쁜)' 세대인 30대와 독신층의 은퇴준비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진단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서울을 비롯해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1782명을 대상으로 재무, 건강, 활동, 관계 등 4가지 영역의 은퇴준비 정도를 조사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은퇴준비지수에 따라 0∼49점은 '위험', 50∼69점은 '주의', 70∼100점은 '양호' 등급을 부여했다.
조사 결과, 한국인의 종합은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56.7점으로 '주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에 해당하는 가구가 전체의 62%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양호'에 해당하는 가구가 27%, '위험'에 해당하는 가구는 11%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대체로 연령이 낮을수록 은퇴준비 수준이 낮았다. 특히,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30대의 경우 '위험' 등급이 35%에 달해 조사 연령대중 가장 높았다.
은퇴를 앞둔 50대인 ‘베이비 부머 세대’의 위험 등급은 20.44%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50대 역시 '주의' 단계의 비중이 65.78%에 달해 재무 영역 등 은퇴 준비를 좀더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배우자 없이 홀로 은퇴준비를 하고 있는 독신계층의 노후대비는 심각한 수준. 이들 중 37.3%가 '위험'에 해당했다. 연구소는 기혼가구에 비해 노후 준비가 매우 부족,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했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관계 영역이 63점으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건강 58.1점, 활동 54.3점, 재무 51.4점 등의 순이었다. 모든 영역이 '주의' 수준인 가운데 경제적인 부분에서 가장 준비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난 것.
특히, 응답 가구의 절반 이상인 50.5%가 공적연금 가입 60%,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 40%에 불과할 정도로 노후를 대비한 경제적인 준비가 취약한 '위험'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21.7%만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활동 영역에서는 응답 가구의 38.7%가 '위험' 수준이었다. 현재 여가생활 뿐만 아니라 은퇴 후 '즐길 거리'를 만드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이들은 일주일 평균 여가시간이 5∼6시간이었고, 한 달에 1회 이상 즐기는 여가활동이 없거나 1개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건강 영역에서는 응답 가구의 25.8%가 건강관련 준비를 거의 실천하지 않고 있는 '위험' 수준이었다. 절반이 넘는 56.6%는 금연 등 수동적인 준비에 머무를 뿐 운동을 포함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주의' 수준이었다. '양호' 단계의 응답가구는 17.6%에 불과했다.
관계 영역은 응답가구의 10.4%가 '위험' 수준으로 다른 영역보다 상대적으로 준비 정도가 높았다. 하지만 '주의' 수준의 가구가 전체의 63.1%에 달해 부부, 친구 등과의 친밀도 제고와 함께 단체 활동 등을 통한 인간관계 확장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혜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퇴준비지수로 보면 한국인의 은퇴 준비가 매우 부족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은퇴 준비는 경제적인 준비뿐 아니라 건강·여가·관계 영역에 걸쳐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우리나라 국민의 은퇴 인식과 준비 정도를 조사, 은퇴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서울대학교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함께 지난 2012년 '은퇴준비지수'를 개발했다.
이번 지수는 기존에 사용됐던 재무·건강·여가·일·주거·가족과 친구·마음의 안정 등 7가지에 달했던 평가영역을 재무·건강·활동·관계 등 4가지 영역으로 통합했다. 또, 개인에서 가구 단위로 평가영역을 확장하는 등 은퇴지수를 개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