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제 일상생활 속 가전에도 AI가 탑재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닙니다. 냉장고 속 AI 카메라가 식재료를 분석해 장 볼 리스트를 작성하고 에어컨이 사용자의 선호 온도를 파악해 바람 세기와 방향까지 조절해 주며 AI가 주는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편리함의 이면에 이전까지 없었던 '보안 리스크'가 따라붙으며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산 AI 가전이 국내에 보급되면서 보안 취약점도 함께 발견됨에 따라 이러한 보안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시중 판매 중인 로봇청소기 6개 모델을 점검한 결과삼성·LG 제품을 제외한 일부 중국산 제품에서 인증 절차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 모의 해킹에서는 이용자 식별번호(ID)만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된 영상을 열람할 수 있었으며 카메라 강제 활성화 위험도 확인됐습니다.
AI 가전은 기본적으로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IoT란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들이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서로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생활패턴·위치·취향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AI 가전이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간을 오가며 학습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보안 체계가 미비하면 데이터가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로봇청소기처럼 카메라·마이크를 탑재한 기기의 경우 더 직접적인 사생활 노출이나 데이터 탈취 피해가 일어날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는 국제 인증과 자체 보안 플랫폼으로 중국산 AI 가전과의 보안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는 보안 플랫폼 '녹스'를 보안에 활용 중입니다. 블록체인 기반 '녹스 매트릭스'를 적용해 연결 기기 간 상호 검증으로 이상 기기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보안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민감 정보인 지문과 패스워드 등은 별도 저장을 통해 보호합니다.
삼성 비스포크 패밀리허브는 글로벌 안전 과학 기업 UL 솔루션스의 IoT 보안평가 최고 등급 '다이아몬드'를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066570]는 2023년 하반기부터 가전 데이터 보안 전담 부서를 신설하면서 보안 강화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습니다. AI 가전의 설계-출시-운영 전 과정에 보안 라이프사이클을 적용하고 있으며 설치 환경·작동 패턴 등 일반 데이터도 암호화해 민감 정보와 동일 수준으로 보호합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 최소 수집'과 '투명한 활용 고지'를 권고하며 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IoT 제품 전반에 대한 보안 라벨링·표준화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IoT 보안은 해외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유럽연합(EU)은 사이버복원력법(CRA)과 GDPR을 통해 제품 보안 요건 준수와 취약점 패치를 제조사 책임으로 명시했습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역시 지난해부터 해킹 위험 점검 후 보안 기준을 충족한 IoT 제품에 'US Cyber Trust Mark'를 부착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 러시아 등의 해킹 집단이 보안 취약성을 이용해 손쉽게 일반 미국 가정을 감시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라며 시행 취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IoT 보안 시장은 2023년 209억달러에서 연평균 23.1% 성장해 2028년 592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입니다. AI 가전 보급이 계속해서 확장됨에 따라 IoT 보안 시장의 규모도 잇따라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보안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모두 보안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보안 인력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구글 클라우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안 인력 부족 규모는 216만명으로 미국(50만명), 유럽(30만명)에 비해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분야에서 인재를 찾는 것이 급선무"라며 "인재 확보가 현재 보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LG전자는 보안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고려대와 협력해 정보보호대학원에 'LG 사이버 보안 트랙'을 개설, 전문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