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페이스북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페친소)’라는 코너를 신설합니다. 능력이 출중하거나 끼가 많거나 재미·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혼자 알고 있기에 아까운’ 페친을 인더뉴스에 소개해 주세요. 기자들이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통해 다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주로 샤워하면서 풀었어요. 향이 좋은 제품으로 몸을 정성껏 씻으니, 마음까지 달래지더라고요. 나를 칭찬해주는 유일한 시간이었죠.”
간혹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좋은 향기를 맡았을 때 따라가고 싶은 유혹이 있을 때가 있다. 실제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향기는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현대인의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향수와 디퓨저 등을 사는 이들은 향기를 통해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낀다.
목욕을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만든 비누. 매일 씻다보니 “시장에 좀 더 다양한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으로 뛰어든 비누 시장. 평범한 사각형 비누 모양을 과감히 탈피해 조각 케이크과 흡사한 비누를 만드는 주인공 바로 블레스틴의 정주영 대표다.
정 대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브랜드 화장품의 상품기획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뷰티 전문가다. “대학원 시절 여러번의 면접을 거쳐 화장품 회사인 미샤에 입사하게 됐고, 색조제품 개발에 참여했어요. 첫 번째로 만든 제품이 '더 스타일 디파이닝 블러셔' 10종이었는데, 당시 모델이 고준희 씨였어요.”
정 대표가 개발한 블러셔는 시장에 내놓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당시 브랜드숍에는 단색 블러셔 제품이 없었는데, 미샤가 업계 최초로 블러셔와 쉐이딩, 하이라이트까지 구성해 선뵀고, 이후 다른 브랜드숍도 앞다퉈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 이후 굵직한 성과를 내놓으면서 제품개발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미샤에 입사한지 3년 4개월 만에 퇴사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더불어 회사 업무량을 소화하느라 주말에도 쉬지 못 하는 날이 많았다. 꼬박 3년을 넘기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다짐한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당분간 푹 쉬기로 결정했다.
“무조건 6개월은 쉬려고 작정했어요. 그러면서 사업 구상을 병행했죠. 평소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 목욕이었는데, 제품에 대한 싫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비누를 독학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생 좀 했어요. 사업자는 작년 1월에 냈으니, 꼬박 1년 넘었네요.”
푹 쉬었던 정 대표는 목욕 제품 브랜드 블레스틴을 론칭했다. 그의 영어이름 '에스틴(Estine)'이 만드는 '버블(Bubble, 거품)'이라는 뜻에서 '블레스틴'으로 지었다. 비누를 메인 제품으로 정하고, 배스밤(입욕제)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비누 기본 베이직 라인 6종과 시즌이나 다른 업체와의 콜라보를 통해 콘셉트 제품을 주로 만든다.
블레스틴의 비누는 디자인이 독특하다. 네모반듯한 모양의 비누가 아닌 생크림이 가득 올라간 조각 케이크의 모양과 비슷하다. 최근엔 마돈나 뮤직비디오 중 몸을 조각처럼 표현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검정비누 각각의 조각을 깎아서 하나의 비누로 완성했다.
실험적이고, 유니크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는 정 대표. “비누는 보통 칼로 잘라 모양을 반듯하게 만드는데, 손으로 으깨거나 뜯어서 조각처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말이죠. 재미있는 입욕제 제품하면 대부분 '러쉬(LUSH)'를 떠올리는데, 블레스틴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최근엔 남성 고객을 겨냥해 시원한 향을 가미한 쿨한 느낌의 비누도 구상 중이다. 남성 고객들이 사용하기엔 예쁘다는 평이 많아 남성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을 위한 고급스러운 남성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싶다는 계획이다.
블레스틴은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높은 품질을 추구한다. 피부 건강에 좋은 천연 오일 함유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비누를 단단하게 만드는 경화제 등 첨가물을 최대한 줄였다. 이 때문에 여드름, 민감성 두피로 고생한 지인들 사이에서 좋은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조심스레 퍼졌다.
장기적으로 블레스틴을 온가족이 같이 쓸 수 있는 바디제품 전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엄마 고객들중 민감한 피부에 사용 가능한 녹차비누를 추천해줬는데, 피드백이 상당히 좋았어요. 아기용으로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향과 디자인, 품질에 자부심이 있지만, 시장에서 냉정한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판매처를 늘리는 것도 고민이다. 현재 블레스틴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홍보·판매하고 있으며, 네이버 스토어팜 입점을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블레스틴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기를 원한다. 블레스틴과 함께 씻는 시간 동안은 하루종일 받았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고, 온전히 내가 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루 중 샤워할 때 유일하게 나와 소통하는 시간이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 해방감을 느꼈고, 하루종일 수고한 나를 칭찬해주면서 상당히 위로가 됐어요. 블레스틴은 비누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을 함께하며,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거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그런 가치를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정 대표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제안할 봄맞이 화장 꿀팁을 물었다. ”립 제품은 오렌지나 코랄 계열을 바르는 분들이 많은데, 칙칙해 보일 때가 있거든요. 핫핑크를 조금 섞어 바르면 얼굴톤이 한층 화사해져요. 여기에 반짝이 섀도우를 아랫눈썹 끝부분에 살짝 바르면 빛에 따라 반짝거려서 예뻐요.”
☞ [페친소]에 참여한 장수미 대표는 …
이번 '페친소' 첫 번째 주인공을 추천한 인물은 '바이수미'의 장수미 대표다. 장 대표는 브로치, 행커치브 등 악세서리 전문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작년과 올 초 인더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정주영 대표와는 작년 스타트업 모임에서 처음 만났으며, 이후 정 대표에 메이크업 1:1 강습을 받으며 친해졌다.
장수미 바이수미 대표는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예술적인 비누를 꼭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요즘은 악세서리부터 먹는 것도 예쁜 디자인을 찾는데, 몸에 바르는 비누도 예쁘면 좋잖아요. 향기도 좋고, 맛있어 보이는 비누. 이젠 몸에 양보하세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