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그간 운전자보험의 ‘자동차부상치료비(자부상)’ 특약을 경쟁적으로 판매해왔던 손해보험사들이 이제는 손해율이 높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부상 특약의 경우 가입자의 ‘모럴해저드’ 가능성이 큰데, 손보사들이 보장금액을 높여 판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손보사들이 자부상 담보에 대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보험금 청구 건과 달리, 자부상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서는 청구금액이 소액이라도 조사원이 사고 현장 등에 나가 면밀히 살펴본다는 뜻이다.
자부상 특약은 교통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 부상급수(1~14급)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 사고 피해자가 차량 운전자거나 동승자인 경우는 물론, 보행자인 경우까지 포함한다.
특히, 부상급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14급은 단순 타박상이라도 교통사고로 치료했다는 확인만 있으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이 때문에 자부상 특약에 대한 모럴해저드 우려가 지속 제기돼 왔지만, 손보사들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보상금액을 오히려 늘리는 추세다.
지난 6~7월에 대형사인 삼성화재와 DB손보 등은 한시적으로 업계 누적한도와 보험금을 상향해 판매한 바 있다. 삼성화재가 6월말에 14급 기준 보험금 70만원, 업계 누적한도 100만원으로 확대해 5일간 판매했고, 7월에도 약 10일간 같은 조건으로 판매를 재개했었다.
DB손보도 삼성화재와 같은 조건으로 7월 중순 경 한정판매했다. 현재는 손보사들 중 14급 기준 보상금액이 가장 높은 곳이 AIG손보로 75만원(최대 가입금액 3000만원의 2.5%)이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회사 간 경쟁이 붙어 보상금액을 높여 많이 팔긴 했지만, ‘손해율 상승’이라는 후폭풍이 두려운 모양새다. 일부 대형 손보사들이 자부상 특약 보험금 청구에 대해 정밀조사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A 대형 손보사 보상 담당자는 “최근 몇 달 새 자부상 담보 보상 건수를 처리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보통 한 달에 20~25건 정도 보상 처리를 한다고 치면, 요즘 5~6건이 자부상 관련 건수여서 비중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상 직원들 사이에선 자부상이 ‘핫이슈’로 통한다”며 “본사에서 예전 같으면 그냥 간단히 전화상으로 처리할 소액 건수에 대해서도 직접 현장에 조사를 나가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직접 현장 조사를 나간다 하더라도 가입자들의 ‘역선택’을 잡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B 대형 손보사 보상 직원은 “위에서 나가보라고 하니 가긴 하지만, 딱히 실적은 없다”며 “정황상 보험사기가 의심돼도 심증만 있지, 물증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눈에 띄게 손해율이 상승하거나 클레임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향후 자부상 담보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현장 조사를 강화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