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 국내 산업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 주를 이뤘다. 역대 정권들은 이 같은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이번 정부도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을 뜻한다.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해 시장입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다. 정부는 미리 제출된 대표적인 규제정책 가운데 20건을 개선해 발표한 상황이다.
규제 정책 탓에 국내에서 사업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세금은 높고 노동법도 경직돼 있는 상황에서 흐름 속에서 기업이 투자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다양한 혜택이 기다리고 있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산업구조에서 규제 샌드박스 정책은 환영할 만하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1호는 ‘도심 수소차 충전소 설치’다. 수소 충전소를 올해 86개, 2022년까지 310개로 늘려 수소차의 이용 편의를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한 가지 우려는 있다. 현재 정부가 하루에 심의하는 규제 안건 수는 약 6건 정도인데, 건당 한 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로 여러 법이 얽혀있어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단한 것은 일선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해 허용한다면 어려운 과정은 거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또 현재 규제 심의에 대해 IT분야는 과학부에서, 산업분야는 산업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신산업 분야가 대부분 융합적 사업임을 고려하면 채널을 하나로 통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규제 샌드박스 자체가 규제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고비용 저효율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을 필두로 국내 경기가 최악으로 가고 있다. 일자리도 급격히 계속 줄어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기업이 짊어져야 하지만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더 크다.
이제 제도적·법적 규제 완화로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때다. 규제 샌드박스가 네거티브 정책으로 바뀌는 시금석이 되어 침체된 시장에 다시 활력을 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