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 지난해 9월 A씨(52세, 자영업)는 성명불상자로부터 “ㅇㅇ저축은행 박ㅇㅇ 대리입니다. 고객님은 저리(低利)로 대환대출 가능하십니다. 대출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모바일로 신청하세요”라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고 앱을 설치해 대출을 신청했다.
잠시 후 박ㅇㅇ 대리라며 전화한 대출상담원이 “기존 대출상환을 위해 알려주는 계좌로 ㅇ천만원을 입금하라”고 해 대출사기가 의심스러워진 A씨는 확인을 위해 전화를 끊었다. 이후 해당 저축은행으로 전화했으나 방금 통화한 박ㅇㅇ이 다시 전화를 받아 안심하고 송금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대출사기임을 깨닫고 뒤늦게 지급정지했으나 이미 사기범은 돈을 인출해 잠적한 상태였다.
위 사례는 전화 가로채기 앱을 통한 사기수법으로 사기범이 A씨에게 설치를 요구한 앱이 사기에 이용됐다. 이처럼 악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가 나타나는 등 그 수법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원장 윤석헌)이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작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원으로 전년보다 2009억원(82.7%)이 늘었다. 일 평균으로는 12억 2000만원(1인당 평균 931만원) 수준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만 8743명으로 일 평균 134명이 사기를 당했다. 사기에 이용된 계좌도 6만 933개로 전년과 비교해 33.9%(1만 5439개)가 증가했다.
지난해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자금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 대출로 유혹해 수수료 등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대출빙자형 피해가 약 70%를 차지했다. 검찰·경찰 등 사칭, SNS에서 지인으로 가장하는 ‘사칭형’ 피해액은 1346억원으로 전체 비중에 30%가량 차지한다.
피해자 연령별로는 40‧50대 피해액(2455억원)이 56.3%를 차지했고, 60대 이상 피해액은 22.6%(987억원), 20‧30대 피해액은 21.0%(915억원)를 차지했다. 특히, 60대 이상의 피해액은 전년 대비 233.3% 증가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성별은 남성 피해액이 52.4%(2284억원), 여성 피해액이 47.6%(2074억원)로 성별간 피해액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사기에 이용된 계좌는 은행권이 66.1%(4만 289개), 상호금융·우체국 등 제2금융권이 33.9%(2만 644개)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몇가지 주의사항을 소개했다. 우선 신규대출이나 저금리 전환대출이 가능하다며 특정 계좌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범죄에 연루돼 자산보호조치를 위해 송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현금전달 재택알바’, ‘가상화폐·상품권 구매대행 알바’ 등을 모집해 현금카드나 계좌번호 등을 알려달라는 수법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장·계좌번호를 남에게 알려 주는 것은 전자금융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전환대출이 필요한 경우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서민금융진흥원(햇살론) 등에 우선 상담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며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면 지체없이 경찰이나 해당 금융사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