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배당 규모 등을 놓고 22일 주주총회에서 맞붙게 된 현대모비스와 엘리엇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을 내놨다. 양측은 의결권 자문사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며 표 싸움에 앞서 주총 여론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13일 현대모비스와 엘리엇은 이날 오후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드 루이스의 자문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글래드 루이스의 자문 보고서 내용은 현대모비스의 배당 규모와 사외이사 후보 등 크게 두 가지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모비스와 엘리엇 양측 모두 글래드 루이스의 권고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는 점이다.
먼저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 루이스, 엘리엇 배당 정책에 반대 권고”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가장 첫 줄에는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주총 안건에 대해 대부분 찬성의 뜻을 밝혔다”는 문장이 적혔다.
가장 부각되는 내용은 배당 제안에 대한 권고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1주당 4000원 배당을, 엘리엇은 1주당 2만 6399원 배당을 각각 제안했고, 글래드 루이스는 현대모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R&D 투자와 M&A 등을 고려할 때 엘리엇의 제안은 무리한 요구라는 판단이다.
또 현대모비스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글래드 루이스가 회사의 제안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글래드 루이스는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칼 토마스 노이먼과 브라이언 존스에 대해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으로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독립성을 확보해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인 이사회 정원 확대와 사외이사 후보 추천자 2명에 대해서는 설명 비중을 크게 낮췄다. 글래드 루이스가 이들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 권고’를 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이 추천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와 루돌프 마이스터가 왜 사외이사로 적합하지 않은지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글래드 루이스가 현대모비스 안건에 ‘대부분 찬성했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엘리엇은 “글래스 루이스의 엘리엇 추천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 지지 환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로 맞받아쳤다. 현대모비스와 엘리엇 모두 글래스 루이스의 자문 내용 중 유리한 부분을 크게 강조한 셈이다.
엘리엇은 “오늘 현대모비스와 관련해 글래스 루이스가 발행한 자문 보고서를 환영한다”며 “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모비스의 현재 이사회 구성 및 규모가 독립성 기준에 부합하지 못 하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엘리엇은 로버트 알렌 크루즈와 루돌프 마이스터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글래드 루이스가 찬성한 점을 거듭 강조했다. 글래드 루이스는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을 선임하면 이사회의 전문성을 다양화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봤다.
엘리엇은 글래드 루이스가 이사회 수를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확장하는 안건에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성된 9명 가운데 4명만 이사회 독립성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 현대모비스가 경쟁사 대비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주주환원이 가능하다는 자문내용도 함께 언급했다. R&D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주주환원이 어렵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가 발표한 자사주 매입정책이 순 현금자산이나 다른 투자 지출규모 대비 비교적 적다는 엘리엇의 견해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이 밖에 총 1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3년에 거쳐 시행하는 계획이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함께 전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마찬가지로 배당 규모 등 불리한 자문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배당금이 언급된 건 “주주들이 배당금 정책 등을 포함한 모든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행사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마지막줄 뿐이다.
한편, 글래드 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사는 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권고하는 기관이다. 현대모비스와 엘리엇이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에 대해 ISS와 글라스 루이스 등이 반대 권고를 내자 현대모비스는 예정된 주총을 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