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맞아 높아진 보안 위험성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패’가 상용화된다.
18일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삼화빌딩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SK텔레콤은 “5G 대중화를 뜻하는 ‘초(超) 시대’에는 430억 개가 넘는 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만큼 보안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해킹은 자칫 안보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Quantum·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를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는 암호 키(Key)를 만들어 도청을 막는 통신 기술이다. ‘양자 키 분배(QKD·Quantum Key Distribution)’가 핵심 역할을 한다.
양자 키는 중첩성과 비가역성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갖는다. 중첩성이란 0과 1이라는 특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 키를 가로채면 중첩상태가 붕괴되어 이전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는 성질을 비가역성이라 한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 키를 주고받는 양쪽에 암호화 장비를 갖다 놓고 키를 공유한다. 제3자가 양자 키에 접근하면 형태가 변형돼 해킹이나 복제가 불가능하다.
◇ 세계 최초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양자난수생성기(QRNG) 적용
SK텔레콤은 이달부터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 Quantique’(IDQ)의 ‘양자 난수 생성기(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를 적용해 가입자 인증과 암호화에 사용한다. 양자 난수 생성기는 양자 특성을 이용해 패턴 분석이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를 만드는 장치다.
가입자 인증은 정상 가입자인지 확인하는 단계로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동 통신망에 접속할 때 필수적으로 거친다. 인증 키가 유출되면 정보 도청과 해킹에 악용될 위험이 커진다.
SK텔레콤은 “QRNG를 상용망에 연결하면 가입자의 무결성을 답보할 수 있다”며 “오는 4월 중에는 LTE 망까지로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SK텔레콤은 오는 4월 전국 데이터 트래픽의 핵심 전송 구간인 서울-대전 구간에 QKD 기술을 연동해 5G와 LTE 데이터 송수신 보안을 강화할 예정이다.
강종렬 SK텔레콤 ICT Infra 센터장은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5G에 선제적으로 도입해 SK텔레콤 이용 고객들은 차별화된 통신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며 “SK텔레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5G 통신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계 기업과 협업하며 국제 표준화 앞장선다
전 세계 양자암호기술 표준화는 SK텔레콤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5G 상용화로 양자암호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기술 표준화 흐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QKD가 통신망에 본격적으로 접목되려면 표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KT와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와의 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 QRNG를 스마트폰에 적용할지 여부를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 제조사와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T(국제 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 표준화 부문)회의에서 ‘양자 키 분배를 활용한 양자암호통신 신기술’ 2건을 제안해 국제표준화 과제로 채택됐다. 이를 포함해 SK텔레콤이 수행하는 국제 표준화 과제는 총 4건이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ITU-T에서 양자표준 분야 의장(Associate Rapporter)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양자암호 키 관련 국제 표준을 확립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공동 편집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ITU-T의 보안 표준을 담당하는 분과 ITU-T SG17 의장 염흥렬 순천향대 교수는 “이번에 SK텔레콤이 5G 이동 통신망에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는 것은 보안 기술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양자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2016년 세계 최초로 세종-대전 간 LTE 백홀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했다.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자 난수 생성기(QRNG) 칩을 개발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5G 시대에 보안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5G 핵심 보안 기술인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통해 생태계 확대에 앞장서며 대한민국의 5G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