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화웨이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 기업들이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영국과 일본 업체에 이어 대만 이동통신사들도 화웨이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국제 사회가 미국의 화웨이 따돌리기에 동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표정은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정부에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로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다.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의 부품과 기술 등의 조달이 제한된다. 외국 기업도 미국의 부품 등이 들어간 제품을 거래제한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된다.
23일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중화텔레콤, 타이완모바일, 파이스톤, 아시아퍼시픽텔레콤, 타이완스타텔레콤 등 대만의 5개 이통사는 전날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한다. 다만, 기존 판매 중인 스마트폰은 계속 판매하기로 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가 지속되면서 화웨이 스마트폰 보안과 사후지원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올리고, 이어 구글이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운영체제(OS)업데이트, 애플리케이션 지원 등을 90일 뒤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과 일본의 이동통신사들도 화웨이폰과 결별을 선언했다. 22일 영국의 이동통신업체 EE는 화웨이의 차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인 '메이트 20X'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EE의 마크 알레라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을 안심시킬 만한 정보와 신뢰, 장기적인 보안이 확보될 때까지 화웨이의 5G 휴대폰 출시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세계최대의 이통업체인 보다폰도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에 대한 사전 주문을 일단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일본 통신업체들도 화웨이폰 판매를 중단했다. 일본 2위, 3위 이동통신업체인 KDDI와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행정명령에 따른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 정부에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국내 기업 중 상대적으로 화웨이의 5G 인프라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를 지목해 “한국 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번 화웨이 ‘보이콧’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 우리나라 통신사인 KT가 화웨이 제품 판매 중비를 검토한다는 내용을 보도했지만, 이와 관련 KT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