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기자입니다. 생소했던 건설, 부동산 분야를 취재하다보니 모르는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은 열혈(!) 기자이기도 합니다. 진은혜의 맛동산(맛있는 부동산 소식) 코너를 통해 취재하다 생긴 궁금증과 이에 대한 답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드릴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인더뉴스 진은혜 기자ㅣ 지난 20일 롯데자산개발이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디스코와 프롭테크(Proptech)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디스코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상업용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같은 날 KT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집펀드와 손을 잡고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으로 부동산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집비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뉴스를 쭉 훑어보던 저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대체 프롭테크가 뭐지?”
◇ 부동산 업계 ‘인싸’들이 프롭테크에 몰려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입니다. 즉, 프롭테크는 부동산업과 기술업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 서비스, 기업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예컨대,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는 공유경제 프롭테크 기업으로 분류됩니다. 우리에겐 친숙한 직방, 다방 같은 모바일 기반 부동산 중개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프롭테크의 영역에 속합니다.
KT의 기가지니도 주거공간의 편리성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프롭테크라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사업가이자 프롭테크 전문가인 안젤리카 크리슬 도나티(Angelica Krystle Donati)는 포브스 기고문을 통해 “사물인터넷은 부동산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혁신영역 중 하나”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 외에도 프롭테크는 프로젝트 개발, 설계·시공, 부동산 관리, 투자 및 자금 조달 등 부동산 생태계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해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프롭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13년 4억 5100만 달러에서 2017년에 약 78억 달러로, 6년 만에 약 17배 늘어났습니다.
이런 프롭테크의 가능성을 주목한 국내 부동산 관련 기업들은 프롭테크의 성장과 선진화를 주도하기 위해 작년 11월 한국프롭테크포럼(Korea Proptech Forum)을 발족했습니다. 프롭테크 관련 기업 79개사가 한국프롭테크포럼의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동산 업계 종사자가 프롭테크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건 아닙니다. 국내 프롭테크 시장이 아직 매물 중개와 공유경제 부문에 집중 돼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프롭테크의 주요 사용자가 건설업체나 개발사업자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공공데이터 개방률과 부동산 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 때문에 산업 규모가 영세한 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집비서 완성까지 2년 6개월..아파트 시세·실거래·시세추이를 한 눈에
한국 프롭테크 산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입니다. 프롭테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지난 2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국제회의장을 찾았습니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 참가한 ‘집펀드’를 방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집펀드는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집펀드가 위치한 H-1 부스가 가까워지자 ‘집비서’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집비서는 KT의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으로 전국의 아파트 및 분양 정보를 조회하고 빅데이터 기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부동산 정보 콘텐츠입니다.
집비서를 이용하면 아파트 시세, 주변 교통, 교육, 문화 시설, 지역별 주요 아파트단지, 분양 일정 등의 정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기반 분석 결과를 브리핑 받을 수 있습니다.
동행한 선배 기자는 지니에게 얼마 전 입주한 아파트의 시세와 수익률을 물었습니다. 화면에 아파트의 시세, 실거래, 시세추이 등의 정보가 떴습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아파트값이 두 자리 수 인상률을 기록한 것을 확인한 선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집펀드는 부동산 투자 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 대안도 제시합니다. 집펀드 직원은 “아파트를 매매할 때 수익률, 비용, 세금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한다”며 “우리는 부동산과 다른 투자 상품을 비교한 결과물을 고객에게 알려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솔루션을 제공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습니다. 2년 반 동안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KB 국민은행 등에서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뿐만 아니라 민간 데이터를 직접 구매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데이터 기준을 통일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투자나 대출 자문은 기존의 금융기관에서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집펀드 직원은 “금융기관은 자사 상품만 취급하지 않나. 우리는 모든 상품을 대상으로 분석한다”며 “집비서의 분석 주체는 PB가아닌 AI니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집펀드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서비스 혁신을 위해 추진 중인 ‘지정대리인’ 제도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지정대리인 지정 기업은 금융회사가 수행하던 일부 서비스를 위탁 수행합니다. 집펀드는 SBI저축은행의 대리인으로서 아파트 담보대출 심사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설명이 끝날 무렵 남성태 집펀드 대표와 마주쳤습니다. 남 대표는 “추후 카카오톡 챗봇 서비스를 오픈해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자체 플랫폼을 통해 대출 수요자와 금융사를 연결하는 큐레이터의 역할도 할 것”이라고 장단기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해 고객 연평균 수익률, 순이익 등을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추천까지 해주는 AI 기반 종합 부동산 솔루션 업체로 도약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 국민순자산 중 부동산자산 비율 ‘75%’...부모님께 집비서 추천
프롭테크 중에서도 에어비앤비나 위워크(We Work)같은 공유경제나 직방, 다방 등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만 이용해봤던 저에게 집펀드의 집비서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시·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 손쉽게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와 닿았습니다.
물론 월세 세입자이자 KT 비가입자인 제가 기가지니를 통해 집비서를 활용할 일은 아직 요원해보입니다. 경제여건, 주거형태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 플랫폼에서 저와 접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집펀드의 타깃 고객층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40~50대입니다.
따라서 챗봇이 도입되면 고향의 부모님께 집비서를 이용할 것을 권할 예정입니다. 투자용으로 소유한 아파트값이 떨어진 바람에 요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신데, 집비서가 부모님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해 기준 국민순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입니다. 부동산과 연계된 정보가 국민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구조입니다. 부디 새로 도입될 기술이나 서비스가 부동산 시장의 정보의 비대칭을 줄여 국민의 근심을 덜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