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정태 기자ㅣ 미국의 보험사와 영국의 통신회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장수스왑(Longevity Swap)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장수시장의 확대는 장수리스크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국내 생명보험 업계에도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영국 통신회사 BT 그룹은 자사 퇴직연금의 ‘장수리스크’ 전가를 위해 미국 푸르덴셜보험(PICA)과 160억파운드(한화 27조8880억원) 규모의 장수스왑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체결한 장수스왑은 현재까지 거래된 장수스왑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장수스왑 거래로 BT그룹의 퇴직연금의 장수리스크 중 4분의 1이 푸르덴셜보험에 전가된다.
장수 리스크란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위험이다. 이는 기업체가 지급하는 퇴직연금은 물론,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공공연금, 보험사의 연금저축상품과 보장성보험 상품, 역모기지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금융상품에 도사리고 있다.
장수 파생상품은 이같은 위험을 헤지(상쇄)하기를 원하는 기관의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개발이 진행돼 왔다. 장수 파생상품 중 하나인 ‘장수스왑’은 2008년 1월 영국 바이아웃회사 루시다(Lucida)와 투자은행 JP 모간이 최초의 장수스왑 거래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장수스왑 거래 규모는 2012년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1년까지는 연간 거래규모가 60억 파운드 수준에 머물렀다. 2012년 독일 보험회사 아에곤(AEGON)이 도이치방크(Deutsche Bank와) 사상 최대 규모인 103억 파운드(100억 유로)의 장수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13년에 영국 건설회사 칼릴리온(Carillion),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이 10억 파운드가 넘는 장수스왑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해 전체 장수스왑 거래규모가 90억 파운드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초에도 영국 보험회사 아비바(Aviva)가 스위스 리(Swiss Re), 뮤니치 리(Munich Re), 스코르(SCOR) 등 재보험사 3곳과 50억 파운드의 대규모 장수스왑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기업과 재보험회사간의 장수스왑 거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 여기에, 장수스왑의 주요 거래상대방인 재보험사가 장수리스크 보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장수스왑을 통해 퇴직연금의 장수리스크를 전가한 BAE, 롤스로이스 등의 투자자들이 장수스왑 계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주가가 상승했다”며 “장수스왑 거래에 대한 재보험사의 신뢰가 형성되면서 장수스왑시장 진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수스왑 거래 증가는 장수리스크 거래방법 다양화에 기여하고 생명보험회사의 장수리스크 관리 수단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구원은 “장수스왑 거래 규모의 증가는 장수리스크 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향상과 가격 결정에 대한 투명성 제고에 기여한다”며 “이로써 장수채권 등 장수리스크 거래방법 다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생명보험회사의 장수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장수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서의 활발한 장수리스크 거래는 금융당국과 생명보험회사 모두에게 고무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