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해마다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사기 차단을 위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2.7% 증가했다. 피해 건수 역시 지난해 7만218건으로 전년보다 40.4% 늘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 6만993개 중 57.5%에 이르는 3만5017개가 6개 대형에서 나왔다. 고객 1만명 당 사기 이용 계좌는 KB국민은행(3.74개), 신한은행(2.78개), IBK기업은행(2.34개), KEB하나은행(2.11개), 우리은행(2.10개), NH농협은행(1.00개) 순으로 많았다.
이에 기업은행은 금융사기 전화를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인공지능 앱 ‘IBK 피싱스톱’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 보이스피싱 사기 확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사용자에게 경고 음성과 진동 알림을 보내준다.
기업은행은 2~3개월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앱을 이용한 통화 5만3300건 중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241건(지난달 28일 기준)을 걸러내 고객에게 알렸다. 또 KT 계열사 후후앤컴퍼니의 스팸 차단 앱 ‘후후’와 IBK 피싱스톱의 연계를 협의 중이다. 협의가 성사될 경우 7월 말에 전 국민 대상으로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AI 전문업체와 함께 피싱(Phising·개인금융정보 탈취) 방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하반기 중으로 보이스피싱 의심거래 계좌와 고객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포통장 통합관리 시스템도 구축키로 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초에 5명 규모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조직을 신설해 금융사기 거래 분석과 모니터링 시스템 고도화를 총괄하도록 한다. 이 조직은 금융사기 패턴을 발굴해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용하거나 금융사기 거래 탐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업무를 맡는다.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를 이용한 금융사기가 급증함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 분석을 전담하는 직원도 배치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AI 기술을 FDS에 도입해 활용 중이다. 실제 금융거래가 없더라도 로그인 기록을 추적해 이상 징후를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입출금과 환율 조회, 비밀번호 변경, 각종 상품 정보 조회 기록 등을 추출해 빅데이터화한다. 고객이 전화로 콜센터에 문의한 정보도 활용된다.
국민은행은 스미싱(Smishing·문자메시지를 이용한 금융사기) 탐지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디지털 서비스 ‘리브똑똑 안티스미싱’을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이 서비스는 고객이 받은 문자메시지의 스미싱 여부를 판단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피해 건수와 규모가 매년 증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공지능 모니터링 시스템은 피해거래 패턴을 스스록 학습하면서 금융사기 거래를 정확하게 감시해 은행권에서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