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김대영] 나에게 보험이란 너무나 성가신 존재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보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 나에게 ‘보험’이라는 단어조차 꺼내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 그 때부터 내 인생에 ‘보험’이라는 단어가 들러붙기 시작했다. 누군가 사회생활의 시작은 보험과 함께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줬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취업에 성공하자, 어머니가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보험 이야기를 꺼내셨다. 대학에 입학할 쯤부터 가입했던 질병보험인데, 그동안 자신이 납부해왔다고 하셨다. 앞으로 매달 월급을 받으니, 보험료를 내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반발심이 생겼다.
왜 내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가입된 보험을 내가 책임져야만 하는가? 도대체 어떻게 어머니는 성인인 나의 동의도 없이 질병보험에 가입했을까?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보험료 납부를 거부했고, 어머니는 틈만 나면 보험료를 내라고 하시면서 여태 본인이 보험료를 납부하고 계신다.
보험은 연락이 뜸하던 선배, 후배, 동기들과 연락이 닿도록 해주었다. 어느 날 갑자기 군대동기로부터 연락이 와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한창 군대 이야기를 꽃피우고 있는데, 돈관리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보험이나 연금은 하나도 가입하지 않고, 적금으로만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하니까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살고 있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원래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자산관리 체크를 해주겠다며 갤럭시탭을 꺼내들었다.
내 월급을 물어보길래, 그건 좀 알려주기 그렇다고 했더니 그걸 알아야 최적의 자산 분배가 가능하다고 했다. 속는 셈 치고 알려줬더니, 연금보험, 실비보험 등을 들어야하고, 연금보험은 세금 환급에도 도움이 되니 꼭 들어야 되는 거란 말을 했다. 그래도 오랜 친구이니 잘 알았다고 조금만 생각해보고 결정해서 연락주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헤어진 다음 날부터 연락이 와서 어떻게 하겠냐고 묻길래, 일주일만 더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일주일 뒤에 또 연락이 와서 만나자길래,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을 거부했다. 그 후로도 주기적으로 연락이 와서 그걸 피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오랫동안 연락을 안했지만, 군대에서 함께 고생했던 친구라 언제든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였는데, 보험이 그걸 망쳐버렸다. 그 후로도 수업 조별과제 때 만난 선배, 동아리 후배, 동호회에서 만난 누나까지…. 보험회사에 다니는 내 또래는 내게 보험을 팔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자기 실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어찌나 강조하던지. 차라리 실적 올려야 되니까 보험 좀 들어 달라고 했으면 나도 자세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이제 보험 가입 권유를 거부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 한 마디면 된다. “보험 들어줄 수도 있다. 만약에 네가 그 회사에 뼈를 묻는다면, 도와주는 셈 치고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아니지 않느냐. 어차피 그 회사 계속 다닐 거 아니지 않냐.”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아니다. 나는 이 보험회사에 뼈를 묻고 끝까지 네 보험 책임질 거다.”라는 말 하는 내 또래를 본 적이 없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보험회사가 오래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험회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끊는 일을 그만 접어야 한다. 자식이 취업하면 보험료를 내면 된다는 사탕발림으로 우리 부모들을 꼬시지 말라. 대기업 감투를 쓴 온갖 보험회사들이 제대로 된 채용과정도 없이 갓 대학 졸업한 젊은이들을 데려다가 선후배, 그리고 동기에게 보험 영업시키는 걸 그만둬라.
그 덕에 우리가 함께 한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바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당신들이 선전하는 ‘올해의 보험왕’은 ‘올해의 이간질왕’으로 거듭날 것이다.
※ 외부 기고문은 인더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