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일부 대기업 계열 보험사의 퇴직연금 계약비율이 절반에 가깝거나 절반이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퇴직연금 계약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라이프생명이었고, 계약규모(금액)이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이었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실에 제출한 10개 생명보험사별 퇴직연금 내부(계열)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현대라이프생명의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중 계열사 물량은 89.9%로 가장 높았다.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자동차에 인수된지 3년만에 전체 적립금(2014년 6월현재) 5198억원 중 4673억원이 계열사 물량이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현대라이프생명의 규모는 워낙 작고,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규모는 크기 때문에 그 계약만으로도 물량비율이 확 높아진다”면서 “비율이 높지만, 보험금 규모(액수)는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계약 규모로 치면 삼성 계열 보험사가 독보적이다. 삼성생명은 12조2796억원의 적립금 중 계열사 물량이 6조806억원으로 전체 계약 중 49.5%를 차지했다. 현재 보험에서 퇴직연금 시장 1위인 삼성생명의 경우 그룹계약 덕을 단단히 보고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의 경우도 계열사 적립금이 8763억원(34.6%)에 달한다. 삼성생명과 더하면 총 6조9568억원 규모다. 계약비율로만 보면 현대라이프생명이 가장 높지만 계열사 적립금 규모는 삼성 계열 보험사들이 압도적으로 크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계열사 물량이 50%가 넘지 않기 때문에 (계열사)규모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며 “간혹 엎치락뒤치락한 적도 있지만 적정 수준(50%내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퇴직연금 관련 계열사 계약에 대한 법적인 제재는 없다”면서도 “다만 각 협회에서 암묵적으로 50%룰을 넘지 않도록 약속하고 있으며, 지나치다싶을 경우 당국에서도 권고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권고조치 결과로 롯데손해보험의 경우를 꼽을 수 있다. 롯데 계열사인 롯데손보는 2012년까지만 해도 퇴직금 적립금에서 계열사 계약비율이 93.9%에 달했으나, 작년 말 69.1%에서 지난 6월에는 50% 이하로 낮아졌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업계 2위인 교보생명(1.9%)과 업계 4위 수준인 한화생명(2%)은 계열사 계약비율이 아주 낮게 기록됐다. 교보생명은 계열사 중 퇴직연금을 가입할 만한 규모의 계열사가 없고, 한화생명의 경우는 계열사가 아직 퇴직연금제도를 도입 안한 것이 이유다.
이와 관련,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그룹차원에서 계열사인 보험사에 퇴직연금을 가입하면서 실제로 불리한 계약이 없는지, 부당내부거래 소지는 없었는지 등을 금융당국과 공정위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