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토종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 웨이브(wavve)를 이끄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아시아 시장에서 협력을 주제로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놨습니다.
한류 콘텐츠를 지렛대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웨이브는 아시아 토종 OTT와의 협력 구상을 내놨습니다. 반면 글로벌 스트리밍 공룡인 넷플릭스는 자체 플랫폼 아래 아시아 단일 국가 내 제작사, 유료방송사업자와 협력하는 방안을 소개했습니다.
25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특별 부대행사로 진행된 ‘문화혁신포럼(Culture Innovation Summit)’이 열렸습니다. 박정호 사장과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브라이언 차우 iME CEO 등과 함께 연사로 나섰습니다.
◇ 제작부터 유통까지 전방위적 아시아 콘텐츠 협력 제안..T.E.A.M. 프로젝트
박정호 사장은 미디어 산업에서 ‘문화적 주체성’을 강조하며 아시아 고유 DNA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협력체를 제안했습니다. 아시아 전체가 콘텐츠 제작에 있어 팀을 이루는 ‘T.E.A.M.(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은 세 번째 콘텐츠 수출국”이라며 “‘한류’가 아시아 문화적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치면 이를 뛰어넘는 ‘아시안 무브먼트(Asian Movement)’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정호 사장이 밝힌 구상에 따르면 제작부터 플랫폼 기반 유통까지 협력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전망입니다. 우선 제작 측면에서는 자본 투자부터 기술 협력과 제작 역량 육성을 지원하는 ‘아시아 콘텐츠 스튜디오’ 설립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어 OTT를 포함한 콘텐츠 유통 측면에서는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약 250여 개로 분절된 아시아 OTT로는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제작하기 힘들기 때문에 하나로 힘을 합치자는 겁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말레이시아 아이플릭스(iflix), 홍콩 비우(viu), 싱가포르 훅(Hooq) 등이 넷플릭스에 맞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OTT와 비교해 저렴한 요금, 현지 문화에 맞는 자체제작 콘텐츠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류 콘텐츠를 앞세워 아시아 시장 공략을 천명한 웨이브 입장에서는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현지 OTT와의 경쟁은 ‘이도 저도 아닌 입지’에 처할 수 있다는 부담이 존재합니다. 가격 측면에서는 현지 OTT에 경쟁력을 뺏길 수 있고 서비스와 콘텐츠 품질 측면에서는 넷플릭스, 애플TV 플러스 등 글로벌 업체에 맞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정호 사장이 아시아 콘텐츠 연합을 제안한 맥락은 이러한 이유로 풀이됩니다. 그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쳐 경제적, 문화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현지 파트너와 협력 강화..지역 맞춤형 콘텐츠 제작 지원
넷플릭스는 현지 창작자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2016년 한국 서비스 출시 이후 3년 만에 방한한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아시아 콘텐츠가 가진 저력을 강조하며 넷플릭스가 아시아 콘텐츠 도약을 위해 각 국가의 파트너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넷플릭스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3년이 지났다”며 “현재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180개가 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제작사, 유료방송사업자, 콘텐츠 기업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LG유플러스, CJ헬로, 딜라이브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주요 제조사와도 협업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KBS, MBC, SBS 등 국내 방송사와 CJ ENM도 넷플릭스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날 넷플릭스는 JTBC와 3년 동안 드라마 20여 편에 대해 해외에서 독점 공급권을 갖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확보에 이어 이달만 두 번째로 한류 콘텐츠 확보를 위한 공세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업 간 협력뿐만 아니라 현지 제작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조직 문화도 강점입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인도, 베트남 등에서 콘텐츠 제작 비결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국가 담당 콘텐츠 전문가에게 의사결정 자율권을 부여해 지역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넷플릭스가 미국 내 여타 TV 방송 매체나 메이저 제작사와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각 나라 문화와 언어를 잘 이해하는 지역 콘텐츠 전문가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직접 해당 국가 창작자와 소통하며 유연한 파트너십을 유지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