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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에 눈물짓게 한 갈비탕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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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17, 2014, 15:11:20

[아내와 외식하기] ⑮길음역 이상 갈비


[인더뉴스 라이프&스타일팀길음역 부근에 산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 아니면 알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이 집에 대한 기억은 실한갈비구이가 맛있는 곳이라는 점 외에 하나 더 있다. 갈비탕이 맛있는 곳, 그냥 식사메뉴가 맛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다른 고깃집 중에서는 갈비는 그럭저럭 먹을 만한데, 밑반찬이 부실한 경우가 많이 있다. 이전에 갔던 어떤 갈빗집의 경우에도 고기는 괜찮았는데, 물냉면이 너무 인공적인 맛이라서 기분을 망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고급스러운 동네의 갈비 명소이기는 하다. 그런데 한 그릇을 먹어도 갈비탕이나 냉면, 뚝배기불고기 등이 기본 이상은 한다는 믿음을 주는 곳이다. 하긴 그러니깐 꾸준히 동네 사람들이 오는 것 아닌가 싶다.

 


갈비를 구워서 먹기에는 약간 부담스럽고, 가볍게 밥을 먹고 싶은데 밥을 하기는 싫고 그런 기분이 드는 날. 아내에게 갈비탕 하나 때리러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처음에는 순댓국을 이야기 했는데, 갈비탕이 더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뭐든 괜찮았지만.

 

갈비탕 한 그릇과 뚝배기 불고기 한 그릇을 시켰다. 물을 두 병을 준다. 500ml 짜리 네슬레 생수다. ‘한 병 더 마시면 500원 추가라는 문구가 야속할 법 하지만, 임신한 아내가 있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돈 받고 제대로 된 물을 파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앞선다.

 

10분 쯤 지나니 밥이 나온다. 이곳은 깍두기가 맛있다. 포기김치보다는 깍두기 그릇이 비어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깍두기 하나에 밥 말은 국물 한 입 해서 먹었다. 옛날에는 갈비탕이 참 귀한 음식이었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세월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준다.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갈비탕 생각이 났다.

 

가난한 시절, 그래도 뭔가 선행을 하면 아버지는 외식을 하려고 했다. 대부분은 통닭 한 마리였지만, 조금 더 기분을 낼 때에는 고깃집에 갔다. 어떨 때는 갈비나 삼겹살을 먹었지만, 갈비탕이나 육개장을 먹고 오는 일도 많았다. 당시에는 그것만 먹어도 그리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좋은 음식을 찾아서 다니는 내 자신을 보자니 고생 더 해야 하나하는 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내는 오늘 꽤 많이 먹었다. 며칠 전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말을 했다. “여보, 여보는 노는 것 좋아할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깐 남편한테 의지하고 가정에 충실한 여자였어.” 아내는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면서 핀잔을 준다. 왜 몰랐겠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던 거지.

 

아내의 배가 불러오면서 약간은 독립적으로 살았던 아내도 내게 더 의지하는 것이 느껴진다. 부담이라면 부담이지만, 그래도 가정이 더 화목해 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그렇게 오늘 갈비탕도 금세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아내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 ps. 그런데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지, 잠자리에 들기 전 문득 눈물이 났다.

 

* 이상갈비

- 주소: 서울 성북구 정릉로 395 이상빌딩
- 전화: 02-919-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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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팀 기자 mirip@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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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2025.05.11 10:37:57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보험사가 있을까?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영업 중인 보험회사는 생명보험회사가 22개 손해보험회사가 31개로 총 53개의 보험회사가 있다. 보험회사가 완전히 무너진 사례는 아직 없지만 사실 지급여력 부분에서 건전성을 의심받는 보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M 손보사 사태로 인해 가입자의 불안 및 보험사를 향한 불신의 시선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이용한 일부의 갈아타기 유도 영업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해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인생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 내 보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수 중 RBC 비율이 있다. Risk-Based Capital, 줄여서 RBC라 부르는 이 지수는 보험회사의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요구되는 자본 계산 방식으로 쉽게 풀면 '지급여력'을 뜻한다. RBC 지수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손실 금액(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쌓아놓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당연히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다. 가령 RBC 비율이 200%라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본이 감독 당국이 제시한 기준의 2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100% 미만일 경우에는 그만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최근 논란이 된 M 손보사의 사태를 되짚어보자면, M 손보사는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경영관리 체제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 왔으나 무산되었고,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자본이 마이너스 184억원이 되어 완전 자본 잠식 사태에 빠졌다. 당시 M 손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35.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커녕 법정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시장 매력도가 크게 하락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매각은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M 손보사의 노조와 인수 후보 회사 간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에 실패한 M 손보사가 청산이나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경우 '124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보험 자산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게다가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지금도 보험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M 손보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소비자의 불안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M 손보사에 오랜 기간 보험을 유지해 온 가입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장 기대하고 싶은 가능성은 과거 리젠트 화재보험사의 선례처럼 계약이 타 보험사로 이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M 손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계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끝까지 버티다 보험사가 파산이나 청산의 길을 밟게 되면 당국의 '예금자보호법'에 기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보험 자산이 아닌 ‘해지환급금’을 보전해 주는 제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무해지나 저해지 보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 역시 건전한 보험사를 통해 새로 보장자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내게도 무척 쉽지 않은 일이다. 중도해지의 손해는 가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 가입하게 되면 나의 보험 나이와 병력 유무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선이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피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보험이 정치도 아닌데, 최선이나 차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라고 조언해야 하는 상황이 참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보장자산을 관리하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정도는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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