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을 놓고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정면으로 부딪혔습니다. 분양방식, 자본 비용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양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습니다.
19일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엘루체컨벤션웨딩홀에서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합동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조합은 4층 입구에서 조합원의 체온을 확인하고 입장시켰습니다.
3시간여 소요된 이날 설명회에는 조합원 400여명과 김형 대우건설 사장,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설명회에 양사의 대표가 직접 나선 건 이례적인데요, 그만큼 본 사업에 대한 양사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특히 양사의 사장과 임원들은 단상에서 조합원들을 향해 큰절을 하며 사업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우는 반포3주구가 자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습니다. 이익이 아니라 대우건설을 대표하는 브랜드 단지를 만들기 위해 반포3주구에 입찰했다는 겁니다.
김형 사장은 “대우건설에게 반포3주구는 회사의 미래가 걸린 매우 중대한 사업장”이라며 “그렇기에 우리는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했다 자신할 수 있다. 특히 대우건설의 자랑, 한남더힐을 뛰어넘을, 100년에 걸쳐 회자 될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반면 삼성은 ‘래미안’의 브랜드 가치를 거듭 내세웠습니다.
이영호 사장은 “래미안은 22년 연속 아파트 브랜드에서 1등을 해오고 있다. 반포3주구 입찰제안에는 래미안의 품질과 서비스에 더해 삼성이 가지고 있는 각종 제품과 기술과 서비스를 모두 담아봤다”며 “정말 살기 좋은 집, 가치 있는 집, 명품 브랜드를 반포에 짓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양사의 모두발언에 이어 본격적인 입찰 조건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반포3주구를 두고 불거진 양사의 논란에 대해 필터링 없는 직설이 쏟아졌습니다.
◇ 대우 “후분양이 반드시 좋은 건 아냐” 삼성 “리츠는 불가능”
이날도 ‘어떻게 분양해야 조합원에게 가장 이익이냐’는 주제를 놓고 양사의 이견차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삼성은 후분양을, 대우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임대방식의 리츠(Reits)사업의 수익성을 강조했습니다.
대우는 후분양이 선분양보다 수익이 무조건 더 많을 거라 확답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수년 뒤 분양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거나 건축비용이 오를 변수가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대우는 선분양, 후분양, 리츠사업의 세 선택지를 조합에 제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리츠사업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의심을 인식한 듯, 사업 가능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서울시 산하의 SH공사도 답십리 17구역 사업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해 리츠사업을 택했다”며 “리츠 방식을 통한 사업진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또 서울시가 리츠를 지금은 반대해도 사업 시행 시점이 완공 이후인 만큼, 허가를 받기까지 설득할 시간도 넉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대우의 리츠는 명백한 불법으로 입찰무효 사유에 해당하며 실현 가능성이 단 1%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삼성물산은 “서울시가 지난 4월 20일 ‘일반분양분의 리츠방식에 의한 임대주택 공급’은 주택공급질서를 무너뜨리는 불공정행위로 판단, 정비계획 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불공정행위로 판단, 입찰 무효가 될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후분양은 앞으로 반포3주구의 지가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을 감안하면 조합 수익이 20.5% 더 증가할 것이므로 조합원에게 이득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후분양의 경우 시공사의 브랜드, 자금력, 약속이행능력이 중요하며, 이 부분에서 삼성이 우위라고 역설했습니다.
후분양은 수년 뒤 분양하는 만큼 집값이 차후에 많이 오를수록, 사업비용은 덜 발생할수록 조합에 이익인데요. 삼성은 브랜드 가치가 높아 집값 상승률이 높고 저금리에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어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적다는 겁니다.
◇ 사업 실현가능성 놓고 상대 회사 자금력 문제 삼기도
삼성은 이 같은 주장에 이어 대우는 후분양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삼성물산은 “대우는 제안서에 사업활성화비 2200억원, 일반사업비 5600억원으로 사업비 한도를 7800억으로 제시했다. 총 3조원 예상되는 사업비를 조달할 수 없다. 대우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4.8%의 고금리로 대출해 사업하기도 했다. 대우가 고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사업비용이 커지면 이는 곧 조합원이 부담해야할 분담금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외에도 대우는 사업 추진속도가 느려 공사비 인상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우는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과 금융협약을 완료했고 자본조달 대책이 완벽하다는 입장입니다. 그 근거로 최근 신림3 재개발에서 이주비는 1.91%, 사업비는 2.10%의 금리로 조달한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우건설은 “법적효력이 있는 제안서와 계약서에 근거해야 한다. 삼성은 도급계약서에 이주비 조달 책임을 삭제하고 시공사 이주책임을 조합에 전가한 반면 대우는 이주비 지급보증 책임을 모두 계약서에 명시했다”며 대우가 더 안정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박용하 대우건설 도시정비사업팀 상무는 “대우건설이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걸 자본조달의 리스크로 봐선 안 된다”라며 “대우의 부채비율이 높은 건 주택사업 실적이 많다보니 분양비용이 회계상 부채로 정리된 탓이다. 부실이 아닌 앞으로 수익이 들어올 수주잔고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