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의사출신 강동진 담당. 이미 그는 환자를 고치는 의사가 아닌 고객이 필요한 보험상품이 무엇인지를 골똘히 고민하는 '보험人'이 다 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손해보험사에서 가장 오래된 사의로 보험상품 개발과 언더라이팅, 가입심사 분야의 베테랑인 강 담당을 지난 7일 만났다.
"이미 외국은 보험사에 의사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보험사에 의사가 근무하기 시작한지 100년이 넘었죠. 의사와 일해본 보험사 실무팀은 의료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위에서 경영하는 분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지만요."
그는 이미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인물이다. 전 직장이자 보험업계에 첫 발을 내딘 회사인 삼성화재에서 8년간 일하며, 보험의 유병자 시장을 개척하는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보험사에 처음 들어와서 보니 건강한 사람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미 병을 앓았던 분들은 가입이 거절됐지요. 진짜 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인데, 정작 가입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분들도 가입할 수 있는 위험률을 개발했습니다."
강동진 담당은 유병자 시장이 개척돼야 보험산업에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처음으로 고혈압과 당뇨 등의 성인병에 대한 새로운 위험률 개발에 착수했다. 2009년 처음으로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할증인수제도를 시장에 선보였다.
유병자 할증인수제도란 현재 질병보유자(유병자) 또는 과거에 질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 해당질환에 대해 할증된 보험료를 내면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후 유병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상품이 출시하게 됐다.
바로 강 담당이 유병자보험 시장의 물꼬를 튼 셈이다. "2009년 첫 선을 보이고, 2010년 다른 손해보험사에서도 벤치마킹을 해 담보를 인수받기 시작했어요. 시장은 점차 커져 유병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추셉니다."
강 담당은 이번 메리츠화재의 신상품 위험률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미 회사가 준비하고 있던 터라 도중에 참여했지만, 암·뇌졸증·심근경색 3대질병에 대한 위험률을 새롭게 개발하는데 일조했다. 이를 통해 보장금액이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에 출시한 상품인 3대질병 집중보험은 암 보장은 기존 업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나머지 2대질병인 뇌졸증과 심근경색의 경우 통상 진단금액이 3000만원인데, 이를 5000만원으로 늘렸다.
"이번 위험률 이외에도 이미 준비하고 있는 위험률은 굉장히 많습니다. 가능하면 기존 업계에 없던 것을 새롭게 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죠. 메리츠화재는 상품과 언더라이팅이 한 팀으로 운영돼 상품개발에 필요한 부분은 서로 돕고 있어요."
그렇다면 강 담당이 생각하는 유병자보험 시장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이미 시장에는 유병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들이 많이 나왔어요. 다만, 정신질환을 앓았던 분들, 정신지체나 자폐 등의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도 가입할 수 있도록 위험률 개발이 보완되기를 바랍니다."
현재 개발된 위험률은 고혈압이나 당뇨 또는 암질환에 대한 할증인수에만 국한돼 있다고. 좀 더 다양한 질환에 대한 위험률을 개발해 더 많은 보험사에서 인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강 담당의 의견이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한 책임감도 더 크다.
그는 보험사에서 의료분야 전문가로서 역량을 더 넓히는 데에도 관심이 크다. 언더라이팅뿐만 아니라 상품개발에도 의사의 자문이 필요하단 걸 체험을 통해 알게됐기 때문이다.
"상품팀에서 만약 의사와 함께 작업을 해보면 의료전문인이 꼭 필요하단 걸 느낍니다. 상품 니즈에 대한 감각이나 실제 현장에서의 역선택 또는 모럴에 대한 부문도 의사로서 예측이 빠를 수도 있거든요. 특히 임상경험이 있는 의사들은 지식이 있으니, 도움이 될 수 있지요."
그에 따르면 보험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의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단순히 의사로 일하는 것외에 개인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보험사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대게 본인의 역할에 대해 스스로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역량을 넓히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 담당은 삼성화재 시절엔 상품개발, 심사, 언더라이팅 뿐만 아니라 건강검진 업체 선정을 비롯해 검진 프로그램 선정, 병가를 낸 직원들의 담당 의사도 자처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경험했다. 의사 출신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문을 새롭게 개척한 셈이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분, 진짜 보험쟁이가 다 됐구나.' 그래서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의사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으세요? 아니면 앞으로도 보험업에 계속 종사하고 싶으신 건가요?"
"어찌됐든 이쪽 분야에 발을 담갔으니, 끝을 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에 계속 있으면서 후배양성도 하고, 최대한 보험업계에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일단은 현재 일하고 있는 메리츠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줘야죠.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