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최근 몇 년간 업종을 달리하는 기업들의 컬래버레이션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색 콜라보 제품’이 잇달아 나오자 소비자들에게서 ‘참신하다, 갖고 싶다’는 의견과 ‘눈길은 가지만 사고 싶지는 않다, 뭔가 어색하다’ 등의 엇갈린 반응이 나옵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색 콜라보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마다 취지와 의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목적은 비교적 뚜렷합니다.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1980년~2000년대생)를 잡아보자.”
MZ세대는 소비에 있어서 ‘재미’와 ‘독특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이들은 재치있는 콘셉트와 독창적인 디자인에 흥미를 보이는데요. 업계 전략에는 SNS를 활용해 한정판 제품을 인증 및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MZ세대에게 놀이문화로 자리잡았다는 해석이 깔려 있습니다.
과거에도 콜라보가 없진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식품회사 간의 협업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아예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업종과 콜라보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돼지바는 지난 6월 패션 브랜드 ‘널디’와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널디의 의류·액세서리에 돼지바 제품의 특색을 담은 여러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널디 공식 온라인몰에서 ▲에어팟케이스 4종 ▲티셔츠 5종 ▲양말 3종 ▲슬리퍼 2종 등의 돼지바 컬렉션을 판매했습니다. 또 한정판 돼지바는 패키지 디자인에 널디의 아이덴티티 컬러인 보라색을 적용하고 널디의 대표 아이템인 ‘트레이닝 패션 돼지 캐릭터’를 담았습니다.

이달 초 파리바게뜨는 ‘팔도비빔빵’을 내놨습니다. 베이커리 브랜드 1위와 비빔면 브랜드 1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비빔빵 3종은 ‘팔도비빔장’의 매콤달콤한 소스를 재해석한 제품입니다. 특히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는’ CM송 문구를 빵 이름으로 제작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편의점과 보험회사가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5일 삼성화재와 건강상태 별로 마실 수 있는 ‘MDTI 파우치음료’ 콜라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내게 맞는 음료 타입’이라는 뜻의 MDTI는 푸석한 피부에 도움을 주는 ‘수면부족(ZZZZ)형 석류에이드’ 등 5종을 선보이며 재미와 건강을 강조했습니다.
시장에 콜라보 제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건 ‘성공 모델’이 있기 때문. 대표적인 브랜드가 곰표입니다. 창립 69주년을 맞은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지난 2018년 의류 쇼핑몰 4XR과 만든 곰표 패딩이 인기를 얻은 데 이어, 올해 곰표맥주까지 초도 물량 10만개가 완판되는 등 대표 콜라보 성공 사례로 자리잡았습니다.

곰표까지는 아니지만 대상의 ‘미원 콜라보 시리즈’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해 내놓은 ‘미원맛 소금팝콘’은 미원맛소금 서체와 디자인을 담은 뉴트로 콘셉트로 출시 한 달만에 30만 개 이상 팔리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두번째 미원 콜라보 제품으로 ‘미원라면’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업종의 경계를 허무는 콜라보 시도에 소비자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뜻밖의 만남,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일단 궁금증을 자아내고, 직접 경험해보고 싶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곰표맥주가 출시됐을 때 “요즘 핫한 인싸 맥주다, 편의점에 갈 때마다 찾는다” 등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곰표맥주’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4만2000개가 넘습니다. “이제서야 곰표 맥주를 먹어봤다, 디자인이 이쁘다, 곰이 귀엽다” 등의 구매 인증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미원라면도 ‘가격대는 좀 있지만 감칠맛과 매운맛이 모두 나서 맛있다’라는 의견이 꽤 있었습니다.
콜라보 제품에 열광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재미있다, 갖고 싶다”입니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특별함을 선호하는 MZ세대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위의 팔도비빔빵의 경우도 “신기해서 나오자마자 샀다, 비빔면 맛이 날지 궁금하다” 등의 호기심을 드러내는 이용자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콜라보 제품이 항상 환영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열풍을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개 “인기에 비해 실망스럽다, 식상하다, 어색하다”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성공작’인 곰표의 경우도 “SNS에서 인기라서 샀는데 특별한 게 없다, 과일향만 강하다” 등의 의견도 상당했습니다.
한 20대 여성은 “콜라보 상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뻔하지 않아 눈길이 가는건 사실”이라면서도 “식품과 콜라보한 의류나 굿즈 같은 건 일회성 이벤트 성격이 강해 가지고 싶은 욕구가 크게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일부 이종 간 콜라보에 대해 “너무 지나치다, 억지스럽다”고 여기는 소비자도 더러 있습니다. 신기하긴 해도 실제 구매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겁니다. 같은 식품업계 간의 협업이면 몰라도 접점이 없는 식품과 의류 간 콜라보는 다소 이질감이 들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자극적이고 특이한 콜라보 제품 출시에만 열중한 나머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불러 일으킨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구두약 초콜릿, 딱풀캔디, 모나미 음료 등은 생활용품과 외형이 너무 닮아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부들은 “재미도 좋지만 인지 능력이 부족한 유아나 노인들이 실수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