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하반기 생애 첫 주택 구입을 앞두고 있다. 11월에 입주를 목표로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던 중 농협은행에서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하는 소식을 듣고 좌절했다. 은행별 주담대 금리를 비교한 후 가장 저렴한 곳에서 대출을 받기로 계획했는데, 가장 유력했던 선택지 한 곳이 빠졌기 때문이다. A씨는 “주담대는 빨리 신청해서 어떻게서든 받겠지만, 금리인상에 신용대출 한도까지 줄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등 연일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농협발(發)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중단과 신용대출 한도 제한이 시중 은행, 보험사 등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조짐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에서 0.75%로 올리면서 가계대출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었다는 의미)’로 집을 산 실수요자들은 이자 부담이, 매매를 앞둔 실수요자들은 대출 절벽으로 ‘불안심리’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 은행들에 개인 신용대출 상품별 최대한도와 향후 대출한도 조정 계획을 작성해 2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계획서는 가능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도록 했는데요. 예컨대, ▲개인 신용대출 최대한도가 급여의 몇 배 수준인지 ▲한도를 어떤 방식으로 줄일 것인지 ▲축소하지 못한 경우 사유는 무엇인지 등입니다.
주요 은행들은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통상 신용대출 한도는 연소득의 1.2~2배 수준입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로, 연소득의 100%로 축소했습니다. 연봉 1억원 기준 기존에는 최대 2억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1억원 한도로 제안되는 겁니다.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이같은 요구는 가계대출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까지 여유가 있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신용대출 최고 한도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상품별 대출 한도 관리 방안을 내라고한 만큼 아무래도 선제적인 관리에 나서야 하는 분위기”라며 “신용대출 최고 한도는 연소득 범위 내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도 나섰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요청에 따라 최근 보험협회는 주요 보험사 10곳의 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 관리 등을 논의했습니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이미 목표치(4.4%)를 넘은 삼성생명을 제외한 주요 보험사는 아직까지 대출 제한 조처 움직임은 없는데요. 다만, 당국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향후 대출 서류 심사 강화,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기준금리 인상도 걸림돌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연 0.5%→0.75%) 인상했는데요. 이번 인상으로 시중 은행권 대출자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신규 대출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출을 앞둔 실수요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위기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중단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막히면 ‘대출절벽’이 심화될 것이란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상담을 문의하거나 대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유명 유튜버는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하기 어려워 가급적 서둘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대출절벽’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향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실수요자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주담대의 경우 담보가 확실한 상품이고, 접수 후 대출을 일으키기까지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가계대출 풍선효과가 나타나진 않을 거란 의견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여력이 있는 주요 은행의 경우 대출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의 권고선 안에서 적극적으로 영업을 할 예정”이라며 “주담대를 못받는다고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