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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안주잡설] 황태·먹태? 입에 짝 들러붙으니까 ‘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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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20, 2021, 10:11:00

 

정진영 소설가ㅣ방금 잡은 놈은 생태, 잡아서 얼리면 동태, 바짝 말리면 북어, 절반 정도 말리면 코다리, 추운 겨울에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말리면 황태, 새끼를 말리면 노가리,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낚시태……. 별명이 많기로는 개그맨 박명수, 야구선수 김태균이 부럽지 않은 게 명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산에의 노래 가사를 빌려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자면 “내장은 창난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하고, 괴기는 국을 끓여 먹고,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생선이 명태 아닌가. 사설이 길어지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별명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언젠가부터 술집 메뉴판에 객원 멤버로 끼어들더니 이제는 당당하게 고정 멤버로 자리를 잡은 안주가 있다. 바로 먹태다.

 

사실 먹태는 황태의 불량품이다. 먼지 한 톨을 용납하지 않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서도 불량품이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데, 날씨 변덕이 심한 황태 덕장에서는 오죽하겠는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속까지 하얗게 마르면 백태, 땅에 떨어지면 낙태, 몸통이 떨어져 나가면 파태, 머리가 떨어져 나가면 무두태라는 별명이 붙는다. 먹태는 황태를 말릴 만큼 날씨가 춥지 않아 껍질이 거무스름하게 변하고 속이 제대로 마르지 않은 명태다.

 

이런 특징이 먹태에 전화위복을 가져다줬다. 껍질을 벗기면 황태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황태보다 덜 마른 덕에 씹는 맛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여기에 청양고추와 간장을 더한 마요네즈 소스를 곁들이면 맥주와 최고의 페어링을 자랑한다. 애초에 황태의 불량품이었으니 원가도 황태보다 싸다. 많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서 먹으면 먹을수록 살이 빠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술집과 손님 모두에게 윈윈인 셈이다. 잘 팔리는 안주에는 이유가 있다.

 

찬사만 늘어놓으면 재미없으니 이번에는 딴죽을 걸어보겠다. 과연 명태가 맛있는 생선인가? 딴죽이 억지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명태는 시원한 국물 맛 아니면 자극적인 양념 맛으로 먹는 생선이다. 솔직히 말해 국물에 빠져 있는 명태 살코기에 무슨 맛이 있던가. 기름기 하나 없이 푸석푸석하지 않은가. 너그럽게 말해서 담백하지 사실 별맛은 없다. 소스 없이 먹태만 씹어 먹어 보자. 기본 안주로 나오는 마카로니 뻥튀기만큼 심심한 맛이다. 어쩌면 우리는 국물 맛과 양념 맛을 명태의 맛이라고 착각해 온 게 아닐까?

 

그런 의구심도 짝태를 마주하면 봄눈 녹듯이 사라진다. 짝태는 최근 들어 술집에서 조금씩 세력을 넓히고 있는 안주로 내장을 바른 명태를 소금에 절여 말린 가공품이다. 짝태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말했듯이 다른 명태 가공품과 달리 소금에 절였다는 점이다. 이 소금의 짠맛이 심심한 명태 살에 감칠맛을 더하는 마법을 부린다. 마치 미원이라도 뿌린 듯이.

 

나는 몇 년 전 지인과 들른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허름한 술집에서 아무런 기대 없이 짝태를 씹었다가 뒤통수를 한 방 맞았다. 반건조 생선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씹으면 씹을수록 혀 위에 퍼지는 짙은 감칠맛. 명태의 가치를 의심했던 삿된 마음이 절로 사라지게 하는 맛이었다. 짝태를 간판에 내세우는 술집이 점점 늘어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에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세계 각지의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 연변의 명물로 짝태를 다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맛을 칭찬하니 어떤 안주인지 궁금하겠지만, 짝태는 시중에 흔한 물건은 아니다. 짝태는 북한, 그중에서도 동해안을 옆에 둔 함경도 지역의 특산물이라고 한다. 현재 짝태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조선족이 많이 오가는 지역에 있는 건어물 가게, 아니면 온라인 매장이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물건이어서 선뜻 매장에 들여놓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맛 하나는 확실한 만큼, 머지않아 짝태도 먹태처럼 흔해질 거라고 예언해본다. 급하면 온라인 매장을 살펴보자.

 

나는 얼마 전까지 운이 좋게도 ‘짝세권’에 살았다. 집에서 나와 5분만 걸으면 짝태를 굽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술집에 닿았다. 다른 안주 맛은 고만고만한데, 유독 짝태의 맛이 기가 막혔다. 술집 주인은 가게 바깥에 설치한 연탄 화로 위에서 정성스럽게 짝태를 구웠다. 짝태를 굽는 주인의 모습은 마치 오랜 경력을 가진 장인 같았다.

 

은근한 연탄불에 오래 구워진 짝태는 먹음직스럽게 살이 부풀어 올랐다. 실력 있는 초밥 셰프는 밥 사이에 공기층을 둬 밥알의 식감을 살린다고 한다. 한 손에 밥을 얹어 놓고 다른 손 검지와 중지로 적당한 압력을 주는 게 비결이라는데,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급 기술이다.

 

짝태의 몸통 구석구석에 스며든 공기층은 MSG를 살짝 보태면 언젠가 먹어본 비싼 초밥의 공기층과 비교할 만했다. 비움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맛. 그야말로 진미였다. 소스도 기가 막혔다. 간장종지에 듬뿍 담은 마요네즈 위에 청양고추와 간 마늘을 수북하게 올리고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 마무리한 특제 소스. 그 소스를 머금은 짝태가 맥주 한 모금이 입 안에 남긴 씁쓸함을 지우면 행복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안타깝게도 그 술집은 지난 여름에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매상을 올려야 할 시간인 밤에 영업을 하지 못하게 몇 달 동안 막으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술집이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술집이 들어왔지만, 짝태는 사라지고 먹태만 남았다. 내가 사는 곳이 더 이상 ‘짝세권’이 아니란 사실이 서운하다. 언제 다시 그곳에서 먹었던 짝태와 비슷한 맛을 볼 수 있을까. 비록 나와 그 술집의 인연은 예고 없이 끝났지만, 부디 주인이 짝태 굽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짝태의 어원을 웹서핑으로 찾아보니 짜개진 것을 가리키는 ‘짝’과 명태를 가리키는 ‘태’가 합쳐진 단어로 북한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눈에 띄었다. 몸과 마음에 잘 와닿지 않는 어원이다. 이 잡설을 통해 유언비어를 퍼트려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입에 짝 달라붙어서 짝태”라고 말이다. 실제 어원보다 훨씬 그럴싸하게 들리지 않는가? 공감하기 어렵다면 오늘 저녁에 짝태에 생맥주 500cc 콜!

 

■정진영 필자

 

소설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침묵주의보', '젠가', '다시, 밸런타인데이',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썼다. '침묵주의보'는 JTBC 드라마 '허쉬'로 만들어졌으며, '젠가'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앨범 '오래된 소품'을 냈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공저)이 있다. 백호임제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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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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