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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의 음식추억] 사발에 내주던 엄마의 콜라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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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December 05, 2021, 10:12:40

 

 

정은정 농촌사회학자ㅣ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 자주 체했다.

 

식구 많은 집 막내의 처지란 일단 옷이나 물건을 당연히 내려받는다. 자기 소유의 물건이 뚜렷하게 없는  삶을 살면 이후의 삶에도 흔적이 남는다. 일단 내 옷을 제대로 고를 줄 모른다. 옷을 사본 적이 없어서다. 몇 장 되지도 않는 어릴 때 사진을 보면 바로 위에 언니들이(심지어 오빠도 포함)입던 옷 그대로 입고 찍은 사진이 더 많다.

 

그중에서도 엄마가 털실로 짠 ‘계옷(털실로 짠 옷)’은 입던 털옷의 실을 다시 풀고, 털도 다 빠져버린 실로 다시 짜서 입기도 했다. 자투리 털실을 있는 대로 그러모아 뜨는 경우에는 패치워크나 퀼트 식탁보를 입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흔적은 입성에도 남았지만 먹성에는 더욱 진하게 남았다.

 

일단 식사든 간식이든 빨리 먹는다. 식구가 많을 때는 최대 아홉 명까지 살았다. 우리 식구 여섯에 서울로 유학 나온 사촌오빠들까지 함께 살았을 때다. 우리 집 밥상은 미취학 아동부터 대학생, 그리고 중년의 아버지까지 온갖 연령대가 총망라된 밥상이었다.

 

그렇다고 막내인 나를 위해 엄마가 입에 맞는 반찬을 따로 해줄 리도 만무하고 매우면 물과 함께 먹었고, 짜면 짠대로 밥 더 많이 떠먹으면서 자랐다. 나는 우리집 식사 속도 맞추느라 늘 힘이 달렸다. 대식구 밥상 차리고 치우는 일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스피드. 어린 내 속도를 기다려 줄 생활 여건이 아니었다.

 

빨리 먹고 치우고 나면 제각각 일터로 학교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음식을 즐긴다는 뜻을 여전히 모르고 산다. 아직도 과자를 먹을 때면 왼손에 한 움큼 쥐어 내 몫을 확보해 두고 먹어야 안심이 된다. 심지어 혼자 먹을 때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체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금도 소화기가 썩 튼튼하지는 않아 애를 먹는다. 술과 커피를 피하지 않고 종종 육진 음식까지 곁들이기 때문에 위축성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은 손톱의 거스러미 정도로 여기고 산다. 효능 좋다는 온갖 소화제와 식이 보조제도 먹긴 하지만 어릴 때는 일단 ‘중조’를 먹었다, 가 아니라 엄마가 나한테 ‘먹였다’.

 

중조는 탄산수소나트륨, 즉 소다를 말한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나오는 설탕 뽑기의 핵심 재료인 그 소다 맞다. 화학식은 NaHCO3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중조는 농촌을 비롯해 1970년대 가정상비약 노릇을 했다. 체하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입에 찻숟가락으로 털어 넣고 물로 넘기면 그럭저럭 소화에 도움을 받은 것도 같은데, 아마도 탄산이 발생하면서 트림 몇 번 꺽꺽하면 소화가 된 것이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차게 체하는 날도 있었다. 얼굴은 누렇게 뜨고 신물은 자꾸 올라와 소처럼 침을 흘리기도 하고, 배가 아파 데굴데굴 구를 때 말이다. 사실 체한 걸 꾹꾹 누르고 참느라 병으로 키우곤 했다. 엄마의 극약처방, 바늘로 손가락을 따는 것이 무서워서였다. 엄마가 이불 꿰매는 대바늘 (사실 대바늘도 아니고 보통 크기의 바늘이었을 텐데 내 눈에는 대바늘로 보였을 것이다)을 성냥불에 지글지글 그을리면 그때부터 집은 한바탕 난리가 난다.

 

순하고 누이동생 잘 챙기며 ‘회수권 핫도그’도 사다 주던 오빠도 이때만큼은 무자비해졌다. 일단 오빠가 내 팔을 잡아 엄마에게 상납했고, 작은언니는 평소에도 얄미운 동생을 이때다 싶어선지 내 다리에 올라타 아예 앉아버리고 옴짝달싹 못 하도록 결박을 했다.

 

엄마가 등부터 팔까지 쓱쓱 쓸어내리면서 무명실을 내 엄지에 친친 감는 순간이 공포의 절정이다. 이때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면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나오는 “빰빰빠바밤 빰빰빠바밤”, 일 것이다. 공포의 절정에 다다르면 그때 가차없이 엄마가 바늘로 꾸욱. 동시에 나는 대성통곡.

 

엄마는 손가락에 피를 내고 알뜰하게 꼭꼭 쥐어 짜내고는 “이것 봐. 피가 시꺼멓잖어. 꼭 쳈네. 쳈어!.” 하면서 그 피를 또 꼭 보여준다. 엄마가 우겨대서 그런지 정말 그 피는 빨간색이 아니라 까맸다. 그래서 내게 ‘검붉다’라는 형용사는 그렇게 체했을 때 손가락에 방울방울 맺히는 피톨의 색깔이다.

 

그래도 고통 뒤에는 달콤한 시간도 온다. 손가락을 바늘로 따고 나면 엄마가 콜라나 사이다를 한 대접 마시게 해줬다. 좀처럼 현금을 내고 무언가를 사 먹는 일이 드물었던 우리집에서 청량음료는 손님 오실 때나 한두 병 사 오는 접빈 음료였다. 오빠와 언니까지 이 불법의료행위에 적극 가담하게 만드는 것이 콜라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을 때는 제법 배신감이 들었다.

 

체해서 골골대면 엄마는 미리 콜라를 내 눈앞에 딱 갖다 놓고는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를 시전하였다. 손가락만 따서 피를 내면 저 콜라를 마실 수 있으므로 어린 마음에도 늘 갈등이 일었다.

 

하지만 손가락 딴다고 약속해 놓고도 막상 엄마가 바늘을 들고 나타나면 그때부터 몸부림치기 시작했는데 그때 나를 잘 붙드는 기여도에 따라 언니, 오빠도 남은 콜라를 마실 수 있었고 그래서 과하게 열심히 나를 붙들어 맸다.

 

어느 날 잔뜩 체해서 엄마가 언니한테 콜라 한 병 사 오라 시켰던 날이다. 언니가 나더러 이번에는 ‘오란씨’를 먹고 싶다 하면 안 되겠느냐고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아픈 동생을 앞세워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 하다니!

 

나는 지금도 여전히 잘 체한다. 거칠게 먹고 빠르게 먹고 어른이 되어 싫은 사람과도 밥을 먹어야 하니 오죽할까. 그래서 소화제도 종류별로 갖추고 산다. 드링크제, 현탁액, 알약 골고루 용도에 맞게 털어 넣고 억지로 음식을 밀어내는 미련을 떨곤 한다. 청량음료는 흔해빠져 잘 마시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끔 사는 일이 답답해 속이 영 부대끼는 날에는 바늘을 들고 와 단호하게 내 손가락을 엄마가 따줬으면 좋겠다. 나를 꽉 붙들던 어린 날의 언니와 오빠가 흔들리는 나를 잡아줬으면 좋겠다. 이제 콜라는 한 병이 아니라 박스 째 사 먹을 수도 있건만, 사발에 따라 마시던 그 콜라 색깔이 검붉었던가, 까맸던가. 답답증이 오래가는 요즘 같은 때에는 꼭 한 번만이라도 그 사발 콜라를 마셔보고 싶다.

 

■정은정 필자

 

농촌사회학 연구자. <대한민국치킨展>,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뿌리다 –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등을 썼다. 농촌과 먹거리, 자영업 문제를 주제로 일간지와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 나가 농촌과 음식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그림책 <그렇게 치킨이 된다>와 공저로 <질적연구자 좌충우돌기>, <팬데믹시대, 한국의 길>이 있고 <한국농업기술사전>에 ‘양돈’과 ‘양계’편의 편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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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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