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자본(금융회사)과 산업자본(비금융회사)의 상호진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금산분리제도가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금산분리 규제완화론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합리적 개선'에 나선 것입니다.
내년초 구체적인 규제개혁 방안이 확정된다면 은행 등 금융사가 자회사 출자를 통해 생활서비스 같은 비금융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금산분리 제도개선 방향을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보고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금산분리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금융산업이 디지털화와 빅블러 등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현행 포지티브(열거주의) 방식을 추가 보완하는 방식부터 네거티브(포괄주의) 규제로 전환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가 검토 중인 방안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안은 현행 포지티브 규제 확대입니다. 현재와 같이 부수업무·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되, 기존에 허용된 업종(핀테크투자 가이드라인 등) 외에도 디지털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감독규정 개정이나 유권해석으로 신속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2안은 네거티브 전환과 위험총량규제의 결합입니다.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업종을 제외하고 전면허용하되, 위험총량한도(자회사 출자한도 등)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안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합니다.
새로운 업종 출현에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한 반면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금융위는 "본업 관련성이 낮은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관리부담이 증가하거나 금융부문에 전이될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회사 출자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부수업무 규제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완화하는 3안도 있습니다. 1안과 2안의 절충안인 셈입니다.
금융위는 3안의 장점으로 "금융회사 본체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 특성과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 본체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보수적으로 확대해 리스크와 이해상충 우려를 경감하고 자회사 출자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산분리제도는 크게 금융과 비금융 상호간 소유-지배 제한, 금융자본의 비금융업 영위금지 등으로 요약됩니다. 산업자본은 은행 주식을 4% 초과 소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고,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주식에 대해 일정비율을 초과해 소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금융안정과 함께 이해상충 방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금융규제지만 금융지주·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규제를 풀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생활서비스나 비금융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해 왔습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번 제도 개선은 금융의 디지털화 촉진과 금융업-비금융업간 시너지 제고를 위한 조처로 금산분리제도 자체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기본원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앞으로도 금융안정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그룹내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자금지원을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은행법·보험업법은 동일인 신용공여한도 등 규정이 있어서 특정회사에 대한 과도한 자금지원이 금지돼 있다"며 "네거티브 규제 전환 시에도 출자한도 같은 위험총량을 규정하는 등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